
수도권 레미콘 운송비 인상 잠정합의안의 부결로 레미콘 제조사와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전운련)의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갔다. 노조가 레미콘 출하를 저지하면서 일부 건설 현장 타설이 중단되고, 레미콘 제조사들은 추가협상 중단 카드로 강경대응에 나서면서 수도권 건설현장 공사 중단 피해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들은 이날 오후 전운련 측에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 일동은 즉각적인 운송 거부 철회를 촉구한다. 운송 거부 철회 없이 더 이상 협상을 지속할 수 없음을 단호히 밝힌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어렵게 진행됐던 레미콘 제조사와 전운련 간 논의가 사실상 백지화된 셈이다.
제조사들은 "최종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 부결을 이유로 운송 거부를 철회하지 않고 재협상을 요구해 온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양측 협상 대표단이 공식적으로 도출한 합의안을 번복하는 것은 상호 신뢰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앞서 레미콘 제조사와 전운련은 9일 유류비를 제외한 운송 단가를 1회당 4200원(5.5%) 인상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레미콘 운송 1회당 단가(수도권)는 현재 7만5800원으로 이번 합의안에 따라 8만원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전날 열린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이 합의안을 거부했고, 전운련은 최종 합의에 이를 때까지 파업을 지속하며 사측과 재협상에 나설 방침이었다.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의 파업이 나흘간 이어지면서 수도권 곳곳 건설 현장에서 피해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에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레미콘을 출하하는 중소 레미콘 제조사 두 곳이 전운련의 저지로 출하가 막히면서 삼성전자 공사 현장이 예정됐던 타설 작업을 포기했다. 덕원레미콘은 자체 차량 9대를 이용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건설현장에 사용될 200㎥(루베)의 레미콘을 출하할 예정이었으나 전운련 측이 공장 입구를 막아 무산됐다. 대왕레미콘 역시 같은 현장에 직영 차량 10대를 이용해 210루베의 레미콘 출하를 시도했지만 막혔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대치가 이어지다 결국 공사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을 포기했다"며 "조합원이 아닌 기업 직영차의 운송까지 막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레미콘 제조사들은 이번 운송 거부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이 수십~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레미콘은 생산 후 90분 안에 타설해야 하는 까다로운 건자재로 운송이 멈춰지면 공장 가동 역시 중단돼 이는 곧 손실로 이어진다. 현재 수도권 138개 레미콘 업체가 운영하는 194개 공장이 사실상 가동을 중단한 상태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중소 레미콘사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작년 6월 한 달간(20일 기준) 약 400만루베를 출하한 것으로 안다. 이를 하루 평균으로 보면 20만루베인데 액수로 치면 손실액은 약 200억원"이라며 "나흘간 파업이 이어졌으니 약 8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업황 부진으로 출하량이 줄고 있다고 해도 6월이 장마철 직전 성수기인 점을 고려하면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다권역 레미콘사는 "일일 출하량이 10분의 1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역시 9일 오후 3시 기준 대형 건설사 12곳, 70개 현장에서 약 5만㎥의 레미콘 타설이 지연된 것으로 집계했다. 중소 건설 현장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들은 이번 공문에서 협상 방식 전환도 예고했다. 제조사들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국토부의 중재로 노조의 수도권 14개 지부 통합교섭을 수용했지만, 합의안이 거부된 만큼 14개 지부와 별도 협상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제조사들은 공문에서 "통합협상으로 인한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바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 일동은 향후 2026년 운반비 협상은 권역별 협상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협상 진행은 일단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