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발목잡는 지체상금...전문가들 “중재·수정계약 적극 활용해야” [소송늪 빠진 K방산 ④]

입력 2026-06-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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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지체상금 줄이기 위한 ‘합리적으로 가능한 모든 조치’ 명시
전문가들 “문책 우려에 수정계약 현실적으로 어려워”
면책 규정·중재 등 있는 제도 잘 활용해야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관급품 지연 및 불량 등 불가피한 사유로 납기가 지연됐음에도 일단 지체상금을 부과한 뒤 소송으로 돌려받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분쟁 예방 장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면책 규정, 수정계약 등 마련된 제도를 보다 유연히 운영할 경우 상당수 분쟁을 방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해외 주요국은 방산 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해 보다 유연한 계약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연방조달규정(FAR)은 지체상금을 패널티가 아닌 정부의 예상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수단임을 강조한다. 또 계약담당 공무원이 지체상금 규모를 줄이기 위한 ‘합리적으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계약담당 대리인(COR) 가이드북’ 역시 정부 측 계약 담당자의 철저한 기록 관리를 강조한다. 날씨 등 계약 이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 충분하고 상세한 일일 기록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공사 지체상금 제도의 개선 방안’에 따르면 캐나다는 특정한 경우가 아니면 지체상금 상한을 전체 계약금액의 10%로 제한한다. 계약금액의 최대 30%까지 지체상금을 부과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감면 규정과 수정계약 등 현행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방사청 공무원들의 사후 책임 부담을 완화해 유연한 의사결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설계 변경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변동이 있으면 방사청은 계약을 수정할 수 있다"며 "방사청도 기업 잘못이 아니란 점을 알지만, 일선 담당 공무원은 계약 변경에 따른 책임 부담 때문에 적극적으로 결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요구사항이 변경되거나 시험평가가 지연되는 경우 수정계약을 폭넓게 해줄 수 있도록 하고, 담당자들이 문책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지체상금 분쟁 상당수는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활용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짚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장기간 소송 대신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DR)’ 활용을 제안했다. 최 교수는 “중재 결과는 법원의 판결과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며 “정부의 불필요한 행정 낭비도 줄이고 기업들의 비용 부담 역시 경감시켜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체상금 소송은 대부분 상고심까지 가면서 재판이 길어져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매몰비용 규모가 크다”며 “위원회의 조정이나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 등 여러 심의 기구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면 규정은 마련돼 있고 요건을 충족하면 지체상금을 면제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 시스템이 있더라도 이를 적용하는 방사청 측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실질적인 변화가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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