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성공이 곧 파운드리 성공”
“AI, 반도체 역사상 가장 강한 사이클”

“삼성 파운드리의 문제는 기술보다 문화에 있다.”
양광레이 대만국립과학기술대 산학혁신단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대만국립과학기술대 하오양 실험동에서 본지와 만나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보다 조직과 문화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양 단장은 TSMC를 기술 자립으로 이끈 ‘6기사(Knights)’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20년간 TSMC에서 근무하며 연구개발(R&D) 임원을 지냈고 인텔 기술고문도 역임했다.
양 단장은 삼성과 TSMC의 가장 큰 차이로 사업 방식의 차이를 꼽았다. TSMC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고객이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회사라는 설명이다. 그는 “파운드리는 기술 산업이 아니라 고객 중심 서비스 산업”이라며 “삼성이 진정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려면 기존 메모리 사업과 분리해 독립적인 회사(스핀오프)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객과 함께 개발하고 고객의 성공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파운드리의 성공은 결국 고객의 성공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TSMC를 추격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기술 격차보다 조직 문화에 있다고 봤다. 양 단장은 “삼성은 충분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면서도 “오랫동안 메모리(DRAM) 같은 제품 중심 사업 모델에 익숙해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운드리는 고객 중심 사업인데 삼성은 제품 중심 사고가 강하다”며 “이는 단순한 사업 전략이 아니라 기업 DNA의 차이”라고 진단했다.
TSMC 재직 시절에는 인텔보다 삼성을 더 경계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에는 삼성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에 인텔보다 삼성을 훨씬 더 의식했다”며 “기술력만 놓고 보면 삼성은 매우 강력한 경쟁자였다”고 말했다.

양 단장은 현재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군비 경쟁’에 비유했다. 엔비디아와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인프라를 확대하면서 GPU와 메모리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봤다. 그는 “AI는 반도체 역사상 가장 강한 수요 사이클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과 같은 투자 경쟁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모든 산업이 그렇듯 결국 균형점을 찾게 되고 조정 국면도 찾아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 속에서 양 단장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에도 주목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기업들은 자체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화웨이처럼 확실한 수요처를 중심으로 공급망 전체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 단장은 파운드리 사업에는 메모리 사업과 다른 인재와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운드리 사업은 메모리 사업과 전혀 다른 문화와 경험을 필요로 한다”며 “메모리 사업에 익숙한 인력이 아니라 파운드리와 고객 중심 문화를 이해하는 새로운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양 단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잠재력을 높게 봤다. 그는 “한국과 대만은 경쟁 관계이지만 동시에 서로에게서 배울 점도 많다”며 “한국은 충분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 사고방식과 조직 문화를 조금 바꾼다면 파운드리 경쟁력도 충분히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