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토 잠옷'이 왜 벌써 난리죠? [솔드아웃]

입력 2026-06-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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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오타쿠 아니야?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는 말에는 한때 이런 반응이 따라붙곤 했습니다. 좋아하는 작품의 티셔츠를 입거나, 캐릭터 굿즈를 모으거나, 명대사를 읊는 일도 '밖'에선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죠.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국내 대표 SPA(제조·유통 일원화) 브랜드가 인기 애니메이션과 손잡고 협업 상품을 출시하고요. 핫플레이스에는 캐릭터 팝업스토어와 전시회가 잇따라 등장합니다. SNS에서는 애니메이션 OST와 캐릭터 관련 챌린지가 확산하며 수백만~수천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죠.

한때 '오타쿠 문화'로 치부되던 서브컬처가 어느새 가장 뜨겁고, 가장 많이 인증되는 취향 중 하나가 된 모습인데요. 최근 이 오타쿠들의 관심을 끈 협업 상품도 있습니다.

▲(출처=스파오 공식 X)
▲(출처=스파오 공식 X)

나루토·미쿠 뜬다…서브컬처 콜라보 활발

'컬래버레이션(콜라보) 맛집' 스파오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번엔 나루토와 뭉치는데요.

5일 스파오 공식 채널에 따르면 스파오는 '나루토 소년편 : 위대한 닌자 성장의 서막' 콘셉트로 협업 상품을 출시합니다. 라인업은 나일론 베스트, 반팔 파자마, 후드 담요, 반팔 티셔츠, 수면 안대 등으로 구성됐죠.

상품 곳곳에는 나루토 팬이라면 반가워할 디테일이 담겼습니다. 닌자들의 정체성이자 소속 마을을 나타내는 상징적 아이템 '서클렛'은 수면 안대로 위트 있게 재해석됐고요. 나루토의 주적인 아카츠키나 호카게의 의상은 각각 후드 담요로 구현됐습니다. 단순히 캐릭터 얼굴을 프린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 속 세계관과 상징을 실제 착용 가능한 아이템으로 풀어내면서 팬들의 호응을 받았습니다. 상품 라인업 게시물은 X(옛 트위터)에서만 46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죠.

이들 상품은 11일 더현대 서울 팝업스토어에서 베일을 벗습니다. 팝업 오픈 초반인 11일부터 14일까지 4일간은 오전 시간대에 한해 사전 예약자만 입장할 수 있고요. 해당 시간 외에는 현장 입장도 가능합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실물을 확인하기 위해선 오늘(5일) 오후 6시 열리는 사전 예약을 노려야겠습니다. 벌써 스파오 공식 SNS에는 "온라인 판매도 진행해달라"는 나루토 팬들의 협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기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 관련 상품도 함께 공개됩니다. 미쿠의 상징 색인 민트색을 포인트로 활용한 윈드브레이커부터 미쿠가 그려진 반팔 티셔츠, 아크릴 스탠드 등이 준비됐죠.

물론 캐릭터 협업 자체가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스파오만 보더라도 짱구, 산리오, 포켓몬, 해리포터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지식재산권(IP)과 꾸준히 협업해왔는데요. 다만 이번 사례가 눈길을 끄는 건 협업의 무게 중심이 '팬덤형 IP'로 한층 더 넓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나루토는 2000년대 소년만화를 대표하는 작품이고, 하츠네 미쿠는 인터넷 창작 문화를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두 IP 모두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라기보다 세계관과 서사, 팬덤의 해석이 함께 움직이는 방대한 콘텐츠인데요. 이에 발맞춰 콜라보 상품군 역시 캐릭터의 외형을 입히는 수준을 넘어 팬들이 알아볼 수 있는 의상과 상징을 적극 활용하며 팬덤을 정조준하는 모습입니다.

▲(출처=애니플러스샵 공식 X)
▲(출처=애니플러스샵 공식 X)

"만화 읽고, 애니 시청만?"…잘파세대가 서브컬처를 즐기는 법

나루토와 하츠네 미쿠 같은 팬덤형 IP가 주목받는 이유는 소비층이 기존 팬덤 안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작품을 오래 좋아해온 팬은 물론, 숏폼과 밈을 통해 뒤늦게 유입되는 잘파세대까지 함께 끌어안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죠. 또 처음부터 읽거나 시청해야 하는 '작품'이라기보다 밈(meme)과 게임, 패션 아이템, 콜라보 카페 등을 통해 마주하는 경험형 콘텐츠에 가깝다는 사실도 매력적입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주술회전'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소비됩니다. 특히 인기 캐릭터 고조 사토루의 '영역전개' 스킬은 숏폼 플랫폼에서 따라 하기 쉬운 챌린지로 번졌는데요. 르세라핌, 킥플립 등 인기 아이돌 그룹도 관련 챌린지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도 소비 방식은 확장하고 있습니다. 팝업스토어는 물론 전시회와 콜라보 카페도 인기인데요. 애니플러스, 대원씨아이 등은 인기 애니메이션·캐릭터 IP와 협업해 콜라보 카페를 꾸준히 진행, 음료와 디저트, 한정 굿즈를 함께 선보이며 팬들의 발길을 모았습니다. 나루토, 주술회전, 은혼, 귀멸의 칼날, 에반게리온 등 다양한 IP가 용산·홍대·성수 등 젊은 층이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에 팝업과 전시회, 콜라보 카페를 오픈한 바 있죠.

이 과정에서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보는 콘텐츠'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캐릭터의 굿즈를 사고, 애니메이션 OST를 챌린지 배경음악으로 쓰고, 팝업이나 콜라보 카페에 방문해 인증 사진을 남기는 식으로 소비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는데요. 온라인에서 밈으로 접한 콘텐츠가 오프라인 경험으로 이어지고, 다시 SNS 인증을 통해 확산하는 순환 구조도 만들어집니다.

▲(출처=무신사 사이트 캡처)
▲(출처=무신사 사이트 캡처)

오타쿠는 돈이 된다?…취향 소비의 주류화

유통 플랫폼도 이 흐름을 빠르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3월 스포츠 구단, 글로벌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IP 상품을 한데 모은 전문 큐레이션 서비스 '팬 스토어'를 론칭했는데요. 최근에는 하위 카테고리에 만화·애니메이션 영역을 대폭 확대하며 나루토와 은혼 등 인기 IP의 입점도 예고한 상황입니다.

이는 서브컬처 소비가 더 이상 일부 팬덤의 비정기적 구매에 그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단기 이벤트나 한정판 판매에 머물던 팬덤 소비가 유통 플랫폼의 고정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죠. 팬들은 공식 굿즈뿐 아니라 패션 브랜드와 협업한 라이프스타일 상품까지 한 번에 살펴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관을 일상복과 소품으로 연결합니다. 티셔츠, 파자마, 윈드브레이커, 아크릴 스탠드 등 상품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핵심은 같은데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취향의 표식을 획득하는 셈입니다.

이에 유통가 입장에서도 팬덤형 IP는 매력적인 카드입니다. 팬덤이 뚜렷한 IP는 한정판 상품, 팝업스토어, 콜라보 카페, 플랫폼 전문관 등으로 확장하기 쉽고요. 팬들이 구매 후기와 인증 사진을 자발적으로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화제성도 형성됩니다. 한때는 숨어서 보는 하위문화로 치부됐던 이들 콘텐츠가 탄탄한 팬덤에 힘입어 가장 적극적으로 인증되는 소비 코드가 된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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