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협업으로 인류복지 증진케 해
배려없는 탐욕으론 미래 담보 못해

사람은 17세가 되기까지 200만 명으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우유공장 직공으로부터 학용품 회사원과 담임 선생님까지 모두 합하면 그렇게 된다고 한다. 얼마 전 신복룡 교수의 ‘신영웅전’에서 본 칼럼의 일부다. 신 교수는 그런 것들을 감사하며 사는 동안 다투지 않으면 인생은 행복해진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사람은 특히 한계에 도전하거나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뜻하지 않은 도움을 받기도 한다. 오늘날 노동권의 핵심인 하루 8시간 노동시간이 단적인 사례다. 물론 하루 8시간 노동은 노동자들의 투쟁과 희생 끝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결정적인 변곡점은 자본가가 제공했다.
헨리 포드(1863 ~ 1947)는 자동차 제작과정을 분업화했다. 그의 목표는 모든 미국인들이 차를 가지게 하는 것이었다. 그가 만든 포드 ‘T모델’은 1923년에 201만 대를 생산하기도 했다. 출시 첫 해인 1906년에 3만3000대에 불과했으니 어마어마한 시장을 만든 셈이다. 그는 자동차 가격을 노동자의 1년치 연봉에서 3달치 월급으로 낮췄다. 그러나 자동차 판매는 늘지 않았다.
포드는 그 원인을 분석했다. 그리고 하루 12시간의 과도한 노동으로 노동자들이 자동차를 몰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세계 최초로 주 5일 40시간제의 노동이 채택된 배경이었다. 그때부터 포드사의 자동차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자본가 헨리 포드는 물건만 값싸게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사서 쓸 소비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꼽은 첫 번째 소비자는 노동자였다.
주 5일 40시간 노동은 판매 대수를 늘리는 양적 혁신뿐 아니라 불량률을 현저히 낮추는 질적 혁신까지 이뤘다. 합리성을 전제로 기업이라는 한 배에서 자본과 노동이 협력을 하자 그 혜택은 회사를 벗어나 전체 인류에게까지 퍼져나갔다.
최근 인간기록의 한계가 또 하나 깨졌다. 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 이내에 주파하는 ‘서브2’가 그것이다. 미국의 마이클 조이너는 1991년 논문에서 1시간 57분 58초를 인간기록의 한계로 측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전문가들은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허황된 목표로 혹평했다. 세계기록이 2시간 2분대로 진입한 2014년에도 미국의 마라톤 전문지 ‘러너스 월드’는 2075년이 돼야 서브2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난 4월 26일 런던마라톤에서 케냐의 사바스티안 사웨 선수가 서브2에 성공했다. 물론 사웨 선수의 천부적 체력과 정교한 훈련이 이를 가능케 한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그의 후반 하프기록(59분 01초)은 전반(1시간 0분 29초)보다 빨랐다. 마라톤 역사상 가장 빠른 후반 기록이었다. 마지막 2.195km는 100m를 16초에 달린 속도였다. 경이적인 인간승리였다.
인류 최초의 서브2는 에디오피아의 요미프 케첼차 선수와 함께 뛰었기에 가능했다. 사웨도 경기 후 케첼차가 경쟁해주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세계신기록 페이스면 35km쯤부터 경쟁자 없이 혼자 뛰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런던 마라톤에선 40km를 지날 때까지 사웨와 케첼차가 치열한 우승경쟁을 펼쳤다. 둘은 하나뿐인 우승을 놓고는 경쟁했지만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 데에는 협력한 셈이다.
기업의 경쟁도 서브2에 도움을 줬다. 갓 태어난 고양이 새끼보다 가벼운 무게 97g의 초경량 러닝화가 그것이다. 2019년 케냐의 킵조게 선수는 2시간 벽을 깼었다. 그러나 41명에 달하는 페이스메이커 등으로 공인된 기록이 되지는 못했다. 이때 킵조게 선수가 신은 러닝화는 나이키 제품이었다. 석 장의 탄소섬유판을 밑창에 깔아 반발력을 높인 제품이었다. 이번 서브2의 두 주인공이 신은 러닝화는 나이키의 오랜 라이벌, 아디다스 제품이었다. 무게가 97g으로 기존 모델보다 30%나 가볍다. 아디다스의 승리였다. 그러나 런던마라톤이 끝난 뒤 나이키는 공식 SNS에 “도전은 계속된다”고 했다. 아디다스에 내 준 주도권을 찾아오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두 회사는 경쟁했으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인간 장벽의 한계를 넘게 한 동반자였다.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서브2는 아직도 기대만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삼성전자의 성과급을 둘러 싼 논란이 뜨겁다. 같은 회사에서 한솥밥을 먹는데 많이 받는데는 적게 받는 곳보다 100배나 더 성과급을 가져간다고 한다. 이게 가능한 법인가? 남에게도 이러지는 못할 것이다. 공감과 배려는 보이지 않고 탐욕과 이기만 넘쳐 보인다. 이들도 17세가 될 때까지는 200만 명의 도움을 받았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됐을까? 회사 안이든 바깥이든 서로 돕고 서로 도와주지 않으면 삼성전자의 미래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