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농협 조합원 61% 참여…작업량 50% 늘어
정부, 2030년 공동영농법인 100곳까지 확대

농촌 고령화와 생산비 부담이 겹치면서 농가별로 따로 농기계를 쓰고 인력을 투입하던 영농 방식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가 농지를 모으고 농작업을 함께하는 공동영농 확산에 나선 것도 고령농의 작업 부담을 줄이고, 유류비를 낮추면서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가 확대를 추진하는 공동영농은 여러 농가가 농기계와 농작업을 함께 활용해 영농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농업법인이 소규모 농가의 농지를 임대하거나 출자받아 일괄 경영하고, 수익을 농가에 배분하는 형태로도 확대되고 있다. 고령농은 직접 농작업 부담을 덜고, 법인이나 농협은 농지를 규모화해 생산성과 판로 관리를 높이는 구조다.
공동영농 수요가 커지는 배경에는 농가 고령화가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4월 발표한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농림어가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51.0%로 전체 인구 고령비중 20.3%의 약 2.5배에 달했다. 농가인구로 좁혀도 65세 이상 비중은 51.3%로 처음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유류비 부담도 농가 경영의 직접 변수로 커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농번기를 앞두고 면세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한도를 리터당 138.4원에서 176.2원으로 올린 것도 고유가 부담을 고려한 조치다. 개별 농가가 각자 농기계를 운행하는 방식보다 농작업을 묶어 장비와 인력을 함께 쓰는 모델에 정책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충남 보령 남포농협 사례는 공동영농이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남포농협은 조합원 1710명 중 1050명이 참여하는 공동영농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조합원의 61.4%가 참여한 것으로, 공동영농 면적은 1000ha 규모까지 확대됐다.
남포농협은 2013년 조합원 30명의 농지 50ha를 대상으로 공동농작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35명 규모의 공동 농작업단을 운영하며 경운·정지 작업부터 육묘, 이앙, 방제, 수확까지 전 단계의 농작업을 대행하고 있다.
핵심은 농작업을 쪼개지 않고 묶는 데 있다. 청년농 등이 참여한 작업단이 연접 농지를 중심으로 작업하면서 이동과 장비 사용의 비효율을 줄이는 방식이다. 남포농협은 이를 통해 유류비가 약 25% 줄고, 일일 작업량은 50%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소득 개선 효과도 제시됐다. 남포농협은 벼 단작 중심이던 작부체계를 전략작물을 포함한 이모작으로 바꿨다. 벼 품종은 삼광과 친들로 통일해 생산 전 단계를 관리하고, 콩 300ha를 재배해 소득원을 넓혔다. 겨울철에는 보리 100ha, 밀 30ha를 생산해 농산물 판매소득과 이모작 직불을 함께 확보하고 있다. 참여 농가 기준 1ha당 소득이 108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늘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안정적 판로도 공동영농 모델의 강점으로 제시된다. 남포농협은 생산된 농산물을 전량 수매하고, 벼는 보령 통합 산지유통주체(RPC)를 통해 도정·가공·판매를 관리하고 있다. 콩 등 다른 작물은 전략작물산업화 사업으로 지원받은 정선·저장시설을 활용해 유통비용을 낮추고 저장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농촌 고령화는 남포농협 내부에서도 확인된다. 남포농협 조합원 1710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1293명으로 76%에 달한다. 농지를 가진 농가는 많지만 직접 농기계를 몰고 제때 방제와 수확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석규 남포농협 조합장은 “농촌 고령화로 가중되는 작업 부담은 덜고, 소득은 증대할 수 있는 공동작업에 대한 수요가 늘어가고 있다”며 “유류비 부담 완화, 농가 소득 증대가 가능한 공동영농이 새로운 농업 모델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공동영농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부터 공동영농확산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해 2030년까지 공동영농법인 100곳을 육성한다는 목표다. 이 사업은 단순한 농작업 대행을 넘어 농업법인 중심의 공동 출자·임대, 공동 농기계 작업 등을 통해 경영 주체를 조직화하고 농지를 집적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올해 사업 대상은 강원 횡성 ‘횡성콩’, 전북 김제 ‘제일유연’, 전북 부안 ‘풀콩’, 전남 영광 ‘홍농청보리’, 경북 상주 ‘위천친환경’, 경북 경주 ‘대청’ 등 6개 농업법인이다. 이들 법인은 2년 동안 교육·컨설팅, 기반 정비, 시설·장비, 마케팅·판로 개척 등에 개소당 20억원을 지원받는다. 지원 비율은 국비 50%, 지방비 40%, 자부담 10%다.
다른 지역에서도 공동영농 모델은 확산 단계에 들어섰다. 경북 경주의 영농조합법인 대청은 안강읍 일원 65ha에서 여름철 콩, 겨울철 조사료를 재배하는 이모작 공동영농을 추진 중이다. 상주의 위천친환경영농조합법인은 17농가가 참여한 30ha 규모 공동영농으로 친환경 당근과 조사료 등을 생산하고 있다. 정부 시범사업이 남포농협 같은 농협 주도 모델을 넘어 법인 중심의 농지 집적·작부체계 전환 모델로 넓어지는 흐름이다.
다만 공동영농이 농촌 전반의 대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농지 집적과 수익 배분 구조에 대한 신뢰 확보가 관건이다. 농지를 한데 모으는 것만으로 생산성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닌 만큼, 작목 전환과 판로 확보, 농기계 공동 활용, 수익 배분 방식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고령농이 농지를 맡긴 뒤 안정적으로 소득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청년농과 법인이 실제 경영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도 필요하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고령화, 고유가 시대에 대응해 생산비 절감, 작부체계 효율화, 청년농 활용 등이 가능한 공동영농 체계로 농업모델을 고도화해나가겠다”며 “산지유통주체와 공동영농주체 간 결속 또한 강화하고 수요에 기반한 생산이 이뤄지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