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별도 규정으로 명문화했다. 그룹 지배구조 중심축인 한화가 경영 연속성 관리 체계를 문서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인적분할을 통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세 아들의 사업 구도가 보다 뚜렷해지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3일 한화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최고경영자(CEO) 승계 정책 운영 규정’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해당 규정에는 CEO 승계 절차, 후보군 선정 기준, 후보자 관리 및 교육 등이 담겼다. 지난해 보고서에서 한화는 “승계정책을 수립해 운영 중이나 별도의 명문화된 규정은 없다”고 밝혔지만, 올해는 별도 규정 운영으로 바뀌며 관련 핵심지표가 미준수에서 준수로 전환됐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2022년부터 한화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화는 CEO 후보군을 즉시 승계가 가능한 ‘레디 나우(Ready Now) 후보군’과 일정 기간 육성을 거쳐 후보자로 역할 수행이 가능한 ‘차기 후보군’으로 나눠 관리한다. 경영환경 변화로 CEO 변동이 필요할 경우 관리 중인 후보자들을 검토해 최적임자를 이사회에 추천하고, 이사회가 경영능력과 자질을 검토해 사내이사 후보로 확정하는 구조다.
한화는 한화그룹의 모태 회사이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축이다. 법적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로 평가 받는다. 이 때문에 한화의 CEO 승계정책 명문화는 단순한 내부 규정 정비를 넘어 그룹 핵심 지배축의 경영 연속성 관리 체계를 제도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최근 한화의 인적분할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한화는 올해 1월 한화비전, 한화모멘텀, 한화로보틱스 등 테크 부문과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라이프 부문을 묶어 신설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를 세우는 인적분할 방안을 발표했다. 인적분할은 6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8월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공식적으로는 복합기업 디스카운트 해소와 사업 전문성 강화가 명분이다. 존속 한화는 방산, 조선·해양, 에너지, 금융 등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신설법인은 로봇·반도체 장비·서비스 등 테크·라이프 사업의 독립적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는 구조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존속법인 76.3%, 신설법인 23.7%로 산정됐다.
재계에서는 이번 분할을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선 부사장의 사업 구도 분리와 연결해 보고 있다. 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솔루션 등 방산·조선·에너지 축을 중심으로 그룹 주력 사업을 이끌고, 김 부사장은 한화비전·한화로보틱스·한화갤러리아 등 테크·라이프 사업을 맡는 구도가 선명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화의 CEO 승계정책 명문화는 ‘김동관 중심 경영 체제’의 제도적 기반을 정비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 중심의 주력 사업 체제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승계와 경영 연속성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