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 말고 변호사에게”…직원들이 외부 신고센터 찾는 이유 ['직괴' 외주화 시대]

입력 2026-06-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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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AI에게 신고인과 피신고인이 각각 완전히 분리돼서 전담 변호사와 상담하는 모습을 이미지로 구현해달라고 했다.
(AI 기반 편집 이미지) (미드저니)
▲생성형AI에게 신고인과 피신고인이 각각 완전히 분리돼서 전담 변호사와 상담하는 모습을 이미지로 구현해달라고 했다. (AI 기반 편집 이미지) (미드저니)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는 직장내 괴롭힘이나 성비위, 인권 침해 문제 등을 사내에 신고해봐야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적지 않지만, 최근 로펌이 직장내 괴롭힘 외부 신고 센터를 직접 운영하면서 이 같은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로펌이 운영하는 외부 신고 센터는 △전담 홈페이지를 통해 사건이 접수된 경우 담당 변호사를 배정하고 △해당 변호사가 신고인과 피신고인을 개별적으로 면담해 구체적인 당시 상황을 확인하는 등 조사에 나선 뒤 △법률 근거를 토대로 권고안이나 징계안 등을 포함한 최종 보고서를 회사에 전달한다. 이후 회사 차원에서 인사위원회 등이 열려 최종적인 징계여부가 결정되는데 △노동청 접수가 필요한 사건으로 판단되면 담당 변호사가 조사보고서를 노동청에 제출하는 일 등 서면 업무도 함께 담당하게 된다.

이 경우 조직의 논리와 무관한 변호사가 사안을 살펴보고 직장 내 괴롭힘 소지가 있는지 판단하기 때문에 조사 독립성과 객관성이 보장될 수 있고, 사내로 소문이 퍼져 나가 2차 가해가 발생할 여지도 구조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직장내 괴롭힘 외부 신고 센터 ‘원라인’을 통해 관련 사건을 다수 처리한 강서영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신고인들은 소문이 너무 쉽게 날 것을 우려한다”면서 ”사안의 민감성이나 보안 문제를 생각했을 때 인사팀이나 감사실, 노조 등을 찾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반면 로펌이 운영하는 별도의 창구를 통해 접근하는 건 상대적으로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로펌이 독립적으로 용역을 받아서 진행하는 일이기 때문에 인사팀, 감사실, 노조 등이 알 수 없도록 굉장히 조심한다”면서 “사내 심의위원회가 열리더라도 심의의원들에게 A, B, C, D로 익명 처리한 조사보고서를 전달한다”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만족도 조사를 하면 신고인 뿐만 아니라 피신고인으로부터도 높은 점수가 나온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이야기를 중립적으로 듣고 소명할 기회를 주기 때문에 피신고인 입장에서도 자신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된다고 느끼는 것”이라면서 “피신고인 역시 공정성과 객관성 면에서 외부 신고 센터가 사안을 다루는 게 더 낫다고 보는 것 같다”고도 했다.

외부 신고 센터를 이용하면 직장내 괴롭힘 뿐만 아니라 사내 규정의 전반적인 인권 침해 소지도 개선할 수 있다. 인사규정이 애매모호할 경우 근로자가 가족돌봄휴직, 배우자동반휴직 등을 사용할 때 고과나 인사이동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방향으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외부 신고 센터에 '해당 규정의 인권 침해 요소를 살펴봐달라'고 사건을 접수하면 담당 변호사가 법률적 검토를 거쳐 회사에 개선 의견을 전달하는 식이다.

다만 현실적인 한계도 없지 않다. 사건이 노동청에 접수되거나 외부에 알려지는 걸 꺼리는 기업의 경우 여전히 내부 절차를 활용한 사건 해결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변호사 시장 일각에서는 신고인과 피신고인 양측의 입장을 모두 청취해야 하는 해당 서비스 형식이 변호사업의 본질인 소송 수임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구조적 약점도 지적한다.

그럼에도 직장내 괴롭힘이 소송으로 비화하기 전 사내 징계나 합의 등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만큼, 그 과정에서 공정한 조사관 역할을 담보하는 로펌 운영 외부 신고 센터의 역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 변호사는 “외부 신고 센터를 운영하고 싶다고 연락해오는 기관이 기존 공기업들을 넘어 점차 다양화되고 있어 이미 굉장히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직장내 괴롭힘 신고 건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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