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원팀이라는 말의 무게

입력 2026-05-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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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팀’은 좋은 말이다. 경쟁보다 협력을 앞세우고, 기업의 이해보다 국가의 이익을 먼저 보겠다는 뜻처럼 들린다. 방산 수출처럼 정부와 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사업에서는 더 그렇다. 내부 경쟁으로 해외 수주전의 힘을 빼기보다 각자가 잘하는 분야에서 힘을 보태자는 취지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좋은 말일수록 정확하게 써야 한다는 점이다. 캐나다 초계잠수함 프로젝트(CPSP)는 최대 60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한국 조선·방산업이 글로벌 잠수함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이 사업에서 한국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그 한목소리가 어떤 책임 구조와 실행 체계 위에서 나오는지는 더 중요하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모두 한국 함정 산업을 대표하는 축이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분야에서,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분야에서 각각 경쟁력을 쌓아왔다. 두 회사가 해외 함정 사업에서 불필요한 내부 경쟁을 줄이고 한국 조선업의 종합 역량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방향이다.

방위사업청이 과거 해외 함정 수주전에서 양사가 협력할 수 있는 틀을 만든 배경도 이해할 만하다. 국내 기업끼리 해외 발주처 앞에서 경쟁 구도를 키우기보다, 각자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역할을 나누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방식은 K방산 수출 확대를 위해 필요하다.

다만 협력의 메시지가 대외적으로 혼선 없이 전달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국내에서는 ‘원팀’, ‘공동 대응’, ‘컨소시엄’ 같은 표현이 폭넓게 쓰이지만, 해외 발주처 입장에서는 표현 하나도 계약 구조와 책임 소재를 가늠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특히 CPSP처럼 국가 안보와 수십조원 예산이 걸린 사업에서는 누가 어떤 역할을 맡고, 최종 책임은 어떻게 정리되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캐나다 정부도 한국 내 보도와 산업계 흐름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국내 보도에서 협력 구조가 실제 입찰·계약 구조와 다르게 읽힐 경우 불필요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해외 대형 방산 사업에서 발주처가 중시하는 것은 기술과 가격만이 아니다. 장기간 사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과 대응 체계가 분명한지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수주전 막판에는 작은 표현 하나도 부담이 된다. 원팀이라는 표현이 협력 의지를 보여주는 말로 쓰일 때는 힘이 된다. 그러나 역할과 책임을 흐리는 말처럼 받아들여진다면 오히려 설명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 방산 수출에서 신뢰는 기술력만큼이나 중요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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