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후, 신세계그룹이 내부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담당 임직원들의 고의성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면서도, 리스크 관리 체계의 심각한 결함을 인정하고 관련자 전원을 직무 배제했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부사장은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조사 결과, 해당 임직원들이 고의성을 가지고 해당 마케팅을 기획했다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사건 발생 직후인 19일부터 일주일간 이번 마케팅을 진행한 스타벅스코리아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내부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이번 마케팅은 스타벅스코리아 이커머스팀에서 제안한 것으로 △팀장 △담당 △본부장 △대표 △이사회 보고 라인을 거쳐 최종 확정됐다.
이에 그룹은 이커머스팀 전원과 전략기획본부, 대표이사 등 결제 라인으로, 휴대폰·노트북 포렌식과 교차 심문을 진행했다. 담당자가 해당 업무를 진행하는 데 사용한 기타 장치와 하드 드라이브는 검증된 절차에 따라 모두 회수해 조사를 진행했다.
전 부사장은 이번 조사에 대해 “해당 직원들과 스타벅스 코리아 경영진이 특정 목적을 갖고 이번 마케팅을 기획했는지 그 여부가 핵심 조사 사항이었다”며 “아무런 제동 장치 없이 실행될 수 있었던 마케팅의 승인 과정과 부실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대해서도 철저한 경위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룹에 따르면, 탱크 데이 네이밍을 제안했던 직원 등 이커머스팀 팀원 3명은 휴대폰 제출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이번 마케팅과 관련된 이들 사이의 대화 및 업무 처리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사내 메신저 대화 기록이 회사 서버에 일주일만 저장돼, 최초 마케팅 기획 단계에서 팀원들 간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태로 해임된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사건 직후 사내 메신저에서 그룹에 내용을 즉시 공유하고 대응하자고 발언한 내용이 확인됐다.
전 부사장은 “조사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진 직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일부 직원의 부적절한 언행도 됐다”면서도 “하지만 이러한 정황만으로 현재까지 해당 임직원들의 사전 모의 등 고의성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이번 마케팅에 관여된 5명 모든 직원의 직무 배제 및 대표와 담당 임원을 해임 조치하였으며, 향후 진행될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향후 경찰 조사에서 5·18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려는 고의성 여부가 입증될 경우 해당 임직원은 즉시 징계 조치하고 민형사상 책임까지 물을 계획이다.
전 부사장은 “그룹의 최고 경영진 그 누구라도 이번 사안과 관련한 부적절한 개입이나 그 의도가 확인될 경우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리스크 관리 체계의 심각한 결함도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번 마케팅은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 총 4단계의 보고 절차를 거쳐 진행됐으나, 이 과정에서 그 누구도 '5월 18일에 탱크데이는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지적하지 않았다.
조사에 따르면 마케팅 행사 합의자 7명 중 일부는 해당 마케팅 디자인 시안이 담긴 메일의 첨부 파일조차 열지 않고 관행적으로 승인했다. 마케팅의 즉시성을 우선시하면서 과거에 진행되던 법무팀의 검증 프로세스도 이번에는 진행되지 않았다.
전 부사장은 “이번 사안은 실무자의 과실 여부를 넘어서 스타벅스 코리아 내부에 사회적 역사적 민감성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며 “고의성 여부를 불문하고 해당 마케팅 관련자와 결제 라인 전체에 대한 엄중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룹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제기된 일부 의혹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탱크 텀블러’의 명칭이 계엄군의 탱크를 상징하며, 그 용량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감번호를 암시한다는 의혹 등이 제기된 바 있다.
전 부사장은 탱크 텀블러 용량 503㎖는 17온스를 환산한 것으로, 해당 제품은 2023년부터 호주·태국 등에서도 동일 용량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니탱크 텀블러 출시일인 4월 16일은 행사 업체 브랜드 데이 일정에 맞춘 것으로, 세월호 참사일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도 설명했다. 탱크 듀오 세트 할인율 21% 역시 미니탱크 텀블러 가격을 50% 할인 조정하는 과정에서 산출된 수치로, 5·18 계엄군 집단발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전 부사장은 “이번에 진행된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5.18 명령과 유족, 그리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모든 분들께 누를 끼쳤다”며 “그룹의 리스크 관리 체계와 내부 통제 시스템 부재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그 문제점을 고쳐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