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후 3시 찾은 서울 강남구 풀무원 수서 본사. 이곳엔 널찍한 조리 공간과 강의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강의실에는 레시피 종이와 앞치마가, 조리 공간엔 스테인리스 조리대마다 도마와 칼, 손질을 마친 채소가 가지런히 있었다. 풀무원이 지난달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문을 연 국내 첫 지속가능식생활 조리학교 '테이스티풀무원'이다.
이날 강의에 앞서 윤명랑 풀무원식품 글로벌마케팅본부장은 "테이스티풀무원은 비즈니스 목적의 쿠킹클래스와 달리 누구나 맛있고 건강하게 식재료를 고르고 조리할 수 있도록 만든 비영리 교육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테이스티풀무원은 지속가능식생활의 개념과 실천법을 배우고,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메뉴를 직접 만들어보는 조리 교육 기반의 체험형 플랫폼이다.

수업은 지속가능식생활 이론 강의로 문을 열었다. 풀무원이 말하는 지속가능식생활은 식물성 지향과 동물복지를 중심에 둔 식품, 그리고 이를 활용한 식단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신선한 채소와 포화지방이 적은 단백질, 거친 통곡물 위주로 식탁을 꾸려 개인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함께 챙기자는 것이다. 풀무원의 '바른먹거리' 가치를 미래 세대의 지속가능성까지 끌어올린 셈이다. 이를 식단으로 옮긴 실천법이 '211 식사법'이다. 채소와 단백질, 통곡물을 2 대 1 대 1 비율로 담아 먹는 것이 핵심이다.

이론 수업이 끝나자 요리 시연과 실습이 이어졌다. 실습 지도는 글로벌 호텔 셰프 출신으로 세계요리사협회 국제심사위원과 국가대표 조리팀장을 지낸 다니엘 최 셰프가 맡았다. 이날 메뉴는 '두유면 미나리롤'과 '닭고기 냉이 퀴노아볼' 두 가지. 셰프의 시연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바로 각자 조리대로 흩어졌다. 두유면 미나리롤은 당근을 가늘게 채 썰어 라페를 만들고, 미나리와 로메인, 메밀두유면을 김밥처럼 말아내는 요리다. 닭고기 냉이 퀴노아볼은 볶은 닭고기에 손질한 냉이와 토마토 등을 섞는다.

셰프의 시연을 봤을 때는 쉬워 보였지만, 막상 칼을 잡자 손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당근 채 썰기부터 두께가 제각각이었고, 조리 순서를 헷갈려 하는 참가자도 적지 않았다. 그때마다 다니엘 최 셰프가 조리대 사이를 분주히 오갔다. 칼 잡는 손 모양을 바로잡아 주고, "이건 이 순서로 하면 한결 편하다"며 조리법을 다시 일러줬다. "잘하고 계신다", "훌륭하다"는 격려도 곳곳에서 이어졌고, 처음 김발을 잡아 본 참가자들도 점차 손에 익은 듯 웃으며 롤을 말았다. 금세 조리실은 도마 두드리는 소리와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 웃음소리로 화기애애해졌다.

음식이 완성되자 다 같이 모여 직접 맛을 봤다. 두 메뉴 모두 211 식사법을 한 그릇에 옮겨놓은 구성이었다. 미나리롤에는 당근·미나리·로메인 같은 채소가 풍부하고, 단백질은 콩으로 만든 메밀두유면이 맡았다. 밥은 현미밥을 써 통곡물 비율을 높였다. 닭고기 냉이 퀴노아볼 역시 냉이·토마토(채소)와 닭고기(단백질), 퀴노아(통곡물)로 균형을 맞췄다.
두유면을 넣어 말아낸 롤은 일반 김밥보다 가벼우면서도 미나리 향이 또렷했다. 퀴노아볼은 다양한 식감이 어우러져 씹는 재미도 있었다. 건강을 챙긴 식단인데도 맛이 좋았고, 직접 땀 흘려 만든 음식이라 애정도 갔다. 시식이 끝난 뒤에는 설거지와 조리대 정리까지 참가자 몫이었다. 만들고 먹는 것을 넘어 뒷정리하는 과정까지 모두 지속가능식생활의 일부라는 취지에서다.

무료로 진행되는 클래스지만, 풀무원 제품을 앞세워 홍보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두유면 미나리롤에 쓰인 메밀두유면 등 일부 재료가 풀무원 제품이었지만 조리 과정에서 따로 강조하지 않았고, 수업이 끝난 뒤에야 "오늘 만든 요리 중 이런 제품이 풀무원 것"이라고 일러줬다. 완성한 음식은 포장해 갈 수 있었고, 돌아가는 길에는 풀무원 제품을 함께 받았다.
테이스티풀무원은 건강과 환경에 관심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회당 8명, 월 2회 운영된다. 정규 과정은 2시간씩 이틀에 걸쳐 진행되며, 수강 신청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받는다. 풀무원은 앞으로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과 외국인, 푸드 전문가로 교육 대상을 넓혀갈 계획이다.
윤 본부장은 "마케팅 총괄이면서 조리학교도 담당하고 있는데, 어떤 면에서는 조리학교가 우리 제품과 경쟁 관계일 수도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풀무원 사업 자체가 건강한 식생활을 습관화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조리학교 일을 하고 있다. 매출이 다소 줄더라도 현대인이 건강한 식생활을 누릴 수 있다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