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자는 줄었지만 사망자는 증가…질병성 산재가 증가세 주도

글로벌 수주 호황을 맞은 국내 조선업계가 역대 최악의 ‘산재 잔혹사’를 기록했다. 조선소 건조 현장의 생산 확대로 노동 강도가 높아진 가운데, 전체 재해자 수는 소폭 줄었으나 오히려 사망자는 늘어나 현장의 안전·보건 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업 산재 사망자는 총 6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54명) 대비 8명 증가한 수치이자, 역대 최고치다. 이로써 조선업 산재 사망자는 5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연도별 사망자 추이를 보면 △2021년 40명 △2022년 47명 △2023년 51명 △2024년 54명에 이어 지난해 결국 60명 선을 넘어섰다.
다만, 전체 재해자 수는 줄었다. 조선업 재해자는 2024년 3536명에서 2025년 3512명으로 24명 감소했다. 그러나 사망자는 같은 기간 54명에서 62명으로 증가했다. 재해 발생 건수 자체보다 중대 재해와 사망으로 이어지는 위험 요인이 여전히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해 유형별로는 사고성 재해가 줄어든 반면 질병성 재해가 늘었다. 사고성 재해자는 2024년 1848명에서 2025년 1632명으로 감소했다. 사고 유형별로는 넘어짐이 29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딪힘 239명, 끼임 221명, 불균형 및 무리한 동작 187명, 떨어짐 171명, 물체에 맞음 169명 순이었다. 반대로 질병성 재해자는 1688명에서 1880명으로 증가했다. 사망자도 질병성 재해가 2024년 39명에서 지난해 52명으로 늘며 전체 사망자 증가를 이끌었다.
주요 조선소별로 보면 HD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재해자는 612명으로 2024년 563명보다 늘었고, 사망자는 11명에서 21명으로 증가했다. 한화오션은 재해자가 466명에서 394명으로 줄었지만 사망자는 4명에서 2명으로 집계됐다. 삼성중공업은 재해자가 189명에서 212명으로 늘었고, 사망자는 3명에서 0명으로 감소했다.
올해도 사망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2026년 1분기 선박건조 및 수리업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1월 한화오션에코텍에서 배관 내부 점검 중 아르곤가스 질식 사고가 발생했고, 2월 대한조선에서는 철판 블록 전도 사고, 3월 한화오션에코텍에서는 전장함 고정 작업 중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세 사고 모두 사망자는 수급인 소속이었고, 작업중지와 시정명령,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 해당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2025년 조선업 전체 사망자는 62명으로 최근 5년 기준 가장 많지만, 사고 사망자는 2024년 15명에서 2025년 10명으로 줄었다”며 “질병 사망은 암 등 과거 조선업 종사 이력과 근로복지공단 판단이 반영되는 만큼 조선업 경기, 종사자 수, 산재 승인 시점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선업이 역대급 수주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산재 사망자가 증가하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형 조선소뿐만 아니라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견 조선소까지 상시적인 예방 시스템을 촘촘히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