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는 오래된 영화관 냄새만 맡아도 젊은 날의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말한다. 수전 손택에게 영화 역시 그런 존재였다. 현실을 잠시 벗어나게 하고, 삶을 이전과 다르게 바라보게 하는 감각의 경험. 이 책은 손택이 평생 품었던 영화에 대한 애정과 사유를 한 권에 담아낸 선집이다. 미국보다 한국에서 먼저 출간되는 이번 책에는 1960년대부터 말년까지 그가 남긴 영화 비평과 강연, 인터뷰, 제작기 등이 폭넓게 실렸다. 고다르와 브레송, 베리만, 오즈, 구로사와 같은 거장들을 바라보는 손택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은 물론 직접 영화를 연출하며 느꼈던 창작의 기쁨과 한계까지 솔직하게 담아냈다. 특히 영화관이라는 공간에서만 가능한 몰입과 황홀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대목은 OTT와 짧은 영상 소비에 익숙한 오늘의 독자들에게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지친 하루 끝에 바닥에 몸을 내려놓는 일만으로도 사람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 이 책은 유튜브 채널 '요가소년'을 만든 저자가 지난 10년간 매트 위에서 길어 올린 몸과 마음의 기록이다. 시작은 아내가 건넨 짧은 말이었다. 요가와 거리가 멀다고 여겼던 한 사람이 그 말에 이끌려 수련을 시작했고, 그 경험은 삶의 방향을 바꾸는 조용한 전환점이 됐다. 저자는 어려운 자세나 단단한 몸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몰아세우던 습관을 멈추고, 아픈 곳을 알아차리며,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던 감정들을 천천히 바라보는 법을 말한다. 요가 입문서라기보다 나를 다그치는 삶에서 나를 보살피는 삶으로 옮겨가는 한 사람의 다정한 고백에 가깝다.

오래전 꺼둔 전등도 어떤 순간에는 아직 손끝의 감각으로 남아 있다. 홍지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은 그렇게 사라졌다고 믿은 것들이 마음속에서 다시 켜지는 순간을 붙잡는다. 2015년 등단 이후 첫 시집으로 주목받았던 시인이 6년 만에 내놓은 이번 시집은 상실과 그리움, 그리고 타인에게 닿고자 하는 감각을 더 섬세한 언어로 확장한다. 홍지호의 시에서 슬픔은 직접 말해지기보다 남은 소리와 희미한 냄새, 주머니 속에서 녹아버린 달콤함 같은 이미지로 번진다. 시인은 잃어버린 것을 단순히 과거에 묶어두지 않고, 그것이 다른 자리에서 여전히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을 바라본다. 상실을 견디는 법보다 상실 이후에도 세계와 연결될 수 있다는 조용한 믿음을 건네는 시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