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학기 적응이 끝나는 4~5월을 전후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신고가 늘어나는 가운데, 또래 간 일상적인 대화나 놀이까지 학교폭력(학폭) 신고 대상에 포함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객관적 상황보다 피해 학생의 주관적 인식이 학폭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일상 대화까지 분쟁 소재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학생들 사이의 생일파티는 최근 학폭 분쟁의 주요 발단 중 하나로 꼽힌다. 초대받지 못한 학생이 이를 집단 따돌림의 전조로 해석해 신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는 반면, 초대받은 학생도 다음 모임에서 소외될 가능성을 우려해 참석 부담을 호소하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 일부 학교는 학기 초 학부모들에게 생일파티 자제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학여행 등 숙박형 행사에서 이뤄지던 ‘베개싸움’도 분쟁 소재가 된다. 단순한 놀이로 보는 입장이 있는 반면, 타격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 자체가 폭력에 해당한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면서다. 베개 지퍼에 긁히는 정도의 경미한 상처에도 학폭위 안건으로 회부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수년간 숙박형 학교 행사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학교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학교에서 오간 말 한마디가 신고 대상이 된 사례도 있다. 한 학교에서는 학폭 사안으로 일주일간 등교 정지 처분을 받고 복귀한 학생에게 같은 반 친구가 “다시 학교 돌아온 기분이 어때?”라고 건넨 인사가 학폭 신고 대상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 학생 측은 해당 발언이 조롱이자 2차 가해에 해당한다며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쟁 확산 경로로는 학부모 단체 채팅방이 지목된다. 사소한 사안이 채팅방 내에서 공유·논의되는 과정을 거치며 학폭위 신고로 확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학교는 학기 초부터 학부모·학생들의 단체 채팅방 운영 자체를 자제해 달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보라 변호사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말 한마디 잘못하면 신고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먼저 갖게 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환경에서는 사과와 화해보다 배척과 법적 대응 방식을 먼저 익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의 과도한 불안이 아이들의 일상 대화까지 위축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