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명 '노쇼'에 식당만 울었다⋯'예약부도 피해' 왜 반복되나

입력 2026-05-1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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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쇼(No-Show·예약부도). (사진=챗GPT AI 생성)
▲노쇼(No-Show·예약부도). (사진=챗GPT AI 생성)

식당 예약은 이미 플랫폼과 예약금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네이버 예약, 캐치테이블, 테이블링 등 예약 서비스가 확산했고, 일부 식당은 카드 등록이나 예약보증금을 통해 '노쇼'(No-Show·예약부도) 위험을 줄인다.

그러나 관광지 지역 음식점의 단체예약은 여전히 전화와 구두 확인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울릉도 한 식당의 '230명 예약 취소' 논란이 단순 노쇼 사연을 넘어 지역 자영업자의 거래 관행 문제로 읽히는 이유다.

취소되면 '빈자리'가 아니라 '재고'가 남는다

▲취소되면 '빈자리'가 아니라 '재고'가 남는다. (사진=챗GPT AI 생성)
▲취소되면 '빈자리'가 아니라 '재고'가 남는다. (사진=챗GPT AI 생성)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울릉도의 한 식당 업주 A씨는 "고등학교 방문단이 아침 식사를 예약했다가 취소해 경제적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해당 학교 교사와 여행사 관계자는 지난달 초 현장 답사 과정에서 A씨 식당에 학생 230여 명의 아침 식사를 예약했다. 이에 식당 측은 학생 수에 맞춰 식자재를 구입했다. 그러나 A씨는 학교와 여행사가 미리 연락하지 않다가 예약일이 임박해서야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했다며 "미리 준비한 식자재도 못 쓰고 학생들 때문에 다른 100여 명의 예약도 거부해 손해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여행사 측은 "우리와 계약한 울릉지역 여행사가 예약일 이전에 식당에 취소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단체예약은 일반 예약과 손실 구조가 다르다. 2~4명 예약이 취소되면 빈 테이블이 생기지만, 200명 넘는 식사가 취소되면 이미 산 식자재와 배치한 인력, 거절한 다른 예약이 한꺼번에 손실로 남는다. 특히 섬 지역 관광지는 식자재 조달과 대체 수요 확보가 쉽지 않다. 아침 단체식처럼 특정 시간대에 맞춘 예약은 당일 일반 손님으로 메우기도 어렵다.

오마카세는 '예약보증금', 지역 식당은 '전화 확인'

▲오마카세는 '예약보증금', 지역 식당은 '전화 확인'. (사진=챗GPT AI 생성)
▲오마카세는 '예약보증금', 지역 식당은 '전화 확인'. (사진=챗GPT AI 생성)

노쇼를 막는 장치는 이미 시장에 들어와 있다. 예약 플랫폼은 예약자, 일시, 인원, 취소 규정, 예약보증금 등을 기록으로 남긴다. 네이버페이 마이비즈는 예약보증금과 노쇼 대응 가이드라인을 설명하고 있고, 일부 예약 플랫폼은 카드 등록 뒤 노쇼 때 취소 수수료를 결제하는 방식도 운영한다.

오마카세와 파인다이닝처럼 사전 준비 비중이 큰 업장은 예약금이나 카드 등록, 취소 수수료 규정을 두는 경우가 많다. 예약 인원과 시간에 맞춰 식재료와 인력을 미리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메뉴 구성이 정해져 있거나 좌석 수가 제한된 업장은 한 팀의 예약 취소가 곧바로 재료비와 매출 손실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예약 단계에서 취소 가능 시점, 위약금 기준, 환불 조건을 비교적 명확히 안내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지역 음식점도 단체예약을 받을 때 비슷한 위험을 진다. 인원에 맞춰 재료를 사고, 다른 예약을 거절하며, 조리 인력을 준비한다는 점에서는 오마카세나 파인다이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학교, 여행사, 지역 여행업체가 얽힌 단체예약은 중간 전달 단계가 많고, 지역 상권에서는 거래 관계를 고려해 계약서나 예약금을 요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단체 손님을 놓치기 어려운 식당일수록 예약 조건을 강하게 요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구조에서는 예약이 확정 매출처럼 작동하다가, 취소 순간 손실만 식당에 남을 수 있다. 예약이 전화로만 확인되면 실제 예약 확정 여부, 취소 통보 시점, 책임 주체 등을 두고 다툼이 생기기 쉽다.

위약금 기준은 생겼지만, 현장에는 기록이 필요하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시행. (사진=챗GPT AI 생성)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시행. (사진=챗GPT AI 생성)

제도적 기준도 바뀌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정·시행한다고 밝혔다. 기존 음식점 노쇼 위약금은 업종 구별 없이 총 이용금액의 10% 이하로 산정됐지만, 개정안 시행 이후 일반 음식점은 총 이용금액의 20% 이하, 예약 기반 음식점은 40% 이하로 위약금 기준이 조정됐다. 예약 기반 음식점에는 오마카세, 파인다이닝처럼 사전 준비 비중이 큰 업장이 대표적이다. 김밥 100줄 같은 대량 주문이나 단체예약도 위약금 부과 기준을 미리 알렸다면 예약 기반 음식점에 준해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기준이 생겼다고 해서 모든 단체예약 취소에 곧바로 위약금을 물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사전 고지와 기록이다. 예약보증금과 위약금 금액, 환급 기준을 예약 단계에서 명확히 알려야 한다.

학교·여행사·현지 업체가 얽힌 단체관광 예약은 책임 주체가 흐려지기 쉽다. 예약금이 없더라도 문자, 전자우편, 예약서, 플랫폼 기록처럼 확인 가능한 자료를 남겨야 분쟁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단체관광이 지역 식당 매출을 좌우하는 만큼, 예약도 구두 약속에서 기록과 계약 중심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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