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이제 시작?...물가 3%대 재진입 초읽기 [물가 퍼펙트스톰이 온다]

입력 2026-05-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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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PI 3.8% '쇼크'… 중동 사태에 수입물가도 뛰나

수입·생산자물가 '도미노' 상승…상승 압력 작용 우려

정부 정책으로 억누른 물가...3% 중후반대까지 뛸 수도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6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6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중동 전쟁발 고유가 충격이 국내 물가 전반으로 번지면서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된 고환율 흐름에 국제유가 급등과 시중 유동성 확대까지 겹치며 물가 상방 압력이 한층 거세지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현재 흐름이 이어질 경우 소비자물가가 다시 3%대로 재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9.37(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6% 올랐다. 2024년 7월(2.6%)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이다. 최근 물가 오름폭을 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둔화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중동 전쟁이 시작된 올해 3월(2.2%)부터 두 달 연속 확대됐다.

특히 중동 전쟁 여파 직격탄을 맞은 석유류 물가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9% 오르며 전체 물가를 0.84%포인트(p) 끌어올렸다. 석유류 상승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7월(35.2%)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구체적으로는 휘발유 21.1%, 경유 30.8%, 등유 18.7% 올랐다. 휘발유와 경유는 3년 9개월, 등유는 3년 2개월 만에 최고였다.

중동발 물가 충격은 이미 미국 지표를 통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노동부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급등했다. 2023년 5월 이후 거의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란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충격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다. 특히 에너지와 원자재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상 미국 고물가 쇼크에 따른 수입 단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를 밀어 올리는 강력한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는 전월 대비 16.1% 급등했다. 1998년 1월(17.8%) 이후 28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승세는 앞으로 국내 물가 전반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수입 물가 상승이 기업의 생산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생산자물가 역시 1.6% 올랐다. 이는 러·우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4월(1.6%)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지난달 물가가 2% 중반대로 오르긴 했으나 석유 최고가격제,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 등 정부 정책이 유가 충격을 일부 상쇄해 일단 단기적인 방어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표한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중동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이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1.0~1.6%p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고서를 작성한 마창석 KDI 연구위원은 "석유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이 프레임에서 (물가상승률은) 3%가 넘어간다"며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6%였는데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3% 중반까지도 넘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고유가 대응 정책이 물가 안정에 도움을 줬다고 분석한다. 재정경제부는 정부 정책이 3월 물가를 -0.6%p, 4월에는 -1.2%p 하락시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반대로 말하면 정책 효과가 약해질 경우 억눌렸던 물가 압력이 다시 한꺼번에 분출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향후 물가 상승 압력이 더 높다는 점이다. 지난 3월부터 시행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통상 수입물가는 계약 시점 기준으로 산출돼 1~3개월 뒤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설상가상으로 시중 유동성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광의통화(M2) 규모는 4132조1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0.4% 증가하며 한 달 만에 증가 전환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2% 후반대, 중기적으로는 3%까지 물가가 튈 가능성이 있다.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는 "미국도 전망치보다 소비지물가가 상회한 만큼 우리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동 전쟁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 밖인만큼 가격 상승 막는 것보다는 적게 쓰도록 유도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물가 추이 (이투데이 DB)
▲소비자물가 추이 (이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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