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약탈 금융' 직격에…금융권, '상록수' 채권 정리 속도

입력 2026-05-1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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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신한카드·우리카드, 매각 결정
IBK기업은행·KB국민은행도 정리 대열 합류
민간 배드뱅크 관리 강화…제도 보완 목소리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의 장기연체채권 추심을 "원시적 약탈 금융"이라고 직격하자 금융권이 잇달아 채권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하나은행·신한카드·우리카드는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 중 각 사 지분에 해당하는 채권 전량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KB국민카드도 별도 채권 잔액은 없지만 지분 보유사로서 채권 매각에 동의하기로 했다. 장민영 IBK기업은행장 역시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암묵적으로 양도에 동의했다"며 "굳이 보유할 필요가 없어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주요 주주사 대부분이 채권 정리 대열에 합류했다.

상록수는 2003년 카드대란 당시 폭증한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대형 은행·카드사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민간 SPC다. 당초 신용불량자 회생 지원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20년이 넘도록 장기연체채권을 보유하면서 일부 취약차주가 추심 중단과 채무조정 혜택에서 빠졌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출자사들이 장기연체채권을 새도약기금에 넘기지 않고 보유하는 사이 최근 5년간 420억원가량의 배당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카드 사태 때 금융기관들이 정부 세금으로 도움받지 않았느냐"며 "혜택은 누리면서 공적 부담은 끝까지 안 하겠다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대통령 발언이 나온 당일 주요 주주사들이 잇달아 매각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금융당국의 시선은 상록수 이후의 사각지대로 향하고 있다. 상록수 채권은 정리 수순에 들어섰지만 협약 밖 민간 SPC나 대부업체가 장기연체채권을 계속 보유할 경우 새도약기금의 추심 중단·채무조정·소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차주가 다시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7년 이상·5000만원 이하 장기연체채권의 기관별 보유 현황과 실제 추심 지속 여부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제도 보완 논의도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에는 자발적 매각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지만 유사 사례가 반복될 경우 자율 협약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액 장기연체채권 추심 제한과 새도약기금 편입 유도, 민간 배드뱅크 보유 채권 관리 강화 등이 논의 대상에 오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록수 채권은 주요 주주사들이 매각 쪽으로 방향을 정하면서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며 "앞으로는 협약 밖에 남아 있는 장기연체채권을 얼마나 찾아내고 유사한 사각지대를 막을 제도 장치를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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