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앤스로픽과 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 협력 논의에 착수했지만 ‘미토스 접근권’ 확보에는 이르지 못했다. 글로벌 AI 안보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 모처에서 마이클 셀리토 앤스로픽 글로벌 정책 총괄과 만나 AI 모델의 사이버보안 분야 활용 등에 대해 1시간 30분 가량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앤스로픽에 사이버보안 관련 한국 기업·기관 등과의 협력을 제안하고 한국이 취약점 공개에 선제 대비할 수 있도록 정보공유를 요청했다. AI기본법 등 AI 안전·신뢰 기반 조성을 위한 국내 AI 정책·제도에 대한 협력 방안도 논의됐다. 다만 한국 정부의 ‘프로젝트 글라스윙’ 참여 등의 유의미한 합의로는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 글라스윙은 앤스로픽이 52개 글로벌 기업·기관을 대상으로만 미토스 접근권을 허용해 보안 대응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다. 과기정통부는 AISI와 KISA를 통해 프로젝트 글라스윙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이 AI보안연구소를 통해 미토스 접근 권한을 확보한 것을 참고한 것이다.
과기정통부 주도로 진행된 이번 회동에는 외교부, 국가정보원, 금융위원회,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금융보안원이 함께했다. AI 기반 사이버위협이 외교·안보·금융·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류 차관이 아닌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이 만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식 면담 전에 실무자 선에서 미토스 접근권 확보 등의 합의가 이뤄진 뒤 이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만나는 모양새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류 차관이 앤스로픽을 만난 것은 아직 협의된 사안이 없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미토스 쇼크에 적극 대응하려 했다면 배 부총리가 나섰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선 AI 모델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AISI와 앤스로픽과의 협력 논의도 이뤄졌다. 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AISI는 AI 모델의 안정성 평가를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여러 보안 협의체에 참여 가능하다”며 “영국의 AI보안연구소의 사례처럼 AISI와 앤스로픽 간의 개별적인 협력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다양한 협력 방안을 열어뒀다.
업무협약(MOU) 체결 여부가 향후 글라스윙 참여 가능성을 가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영국은 2024년 미국과 AI 안전성 테스트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지난해 2월 앤스로픽과 MOU를 체결하며 미토스 접근권 확보 기반을 마련했다. 앤스로픽과 MOU를 추진하고 있는 AISI는 다음주 중 앤스로픽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으로 알려졌다. 셀리토 총괄은 3월 말에도 방한해 AISI 실무진과 2시간 가량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정부가 앤스로픽과 협력 논의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AI 기반 사이버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지난달 앤스로픽이 공개한 범용 AI 모델 ‘클로드 미토스’는 보안 취약점을 빠르게 찾아내고 공격까지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르면 5월 말 앤스로픽 면담 결과와 산업계 의견을 종합해 AI 사이버 보안 대응 방향을 공개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