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통화다변화 정책추진 감지돼
금융강국 향한 中움직임 주시해야

중동전쟁은 페트로 달러 체제의 균열과 위안화의 약진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중동 석유의 위안화 거래 비중은 중국과 경제안보 협력 강화와 미국의 오랜기간 금융제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특히, 이란전쟁 이후 중동 국가들의 탈달러화와 통화 다변화 정책이 맞물리면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페트로 달러 지위가 약화되고 있다는 것은 관련 데이터를 보더라도 확연히 드러난다. 2월 28일 이란전쟁 이후 CIPS(위안화 국경 간 결제시스템) 거래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중국인민은행 자료에 의하면, 3월 일평균 거래액이 9205억위안(약 199조원)으로 전월대비(6197억위안) 48% 증가하면서 최고치를 기록했고, 4월 초에는 일일 거래일 기준 사상 최초로 1조2200억위안(약 264조원)을 돌파했다.
한편, 2026년 1분기 기준 중국의 중동산 원유수입 중 위안화 결제비중이 41%로 달러(52%)에 근접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의 100% 위안화 결제를 넘어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아랍에미리트(UAE) 등 국가의 원유 위안화 결제 비중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타격과 이란전쟁의 숨은 목적 중 하나가 페트로 달러에 도전하는 국가에 대한 제재인데, 아이러니컬하게 상황이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트럼프의 전쟁과 금융제재가 오히려 탈달러를 부추기고, 그 자리를 위안화가 대체하는 형국이다.
중동에 이어 미국의 동맹국인 유럽권 국가들의 탈달러화 움직임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의 관세전쟁과 그린란드 편입 논쟁, 국제기구 탈퇴 이후 유럽에서도 달러 중심의 금융체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유럽도 자체적인 금융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페트로 달러와 기축통화로서 달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그의 저서 ‘달러 이후의 질서’에서 달러 패권은 이미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그 대신 브릭스 국가들의 위안화 무역결제 확대, 페트로 위안화 비중이 늘어나면서 위안화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 중 달러 비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IMF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 중 달러 비중은 2000년 72%에서 2010년 63.6%→2020년 58.9%→2024년 57.8% →2025년 56%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여기에는 미·중 충돌과 러시아·이란 제재의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다변화 수요증가, 재정적자 증가로 인한 신뢰도 하락, 안전자산인 금 선호 현상의 복합적인 요인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불확실성과 달러 대체 통화로서 위안화의 약진이 탈달러의 핵심이다.
공식통화 및 금융기관 포럼(OMFIF)이 2025년 3~5월 전 세계 75개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향후 어떤 자산을 늘리겠느냐’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미국의 정치환경과 불확실성 확대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기존 달러 중심에서 벗어나 통화 다극화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 중앙은행들은 달러 자산의 다각화로 향후 1~2년 내 늘릴 자산으로 1위 금(32%), 2위 유로화(16%), 3위 위안화(14%)를 뽑았다. 달러 보유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5%로 7위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것은 향후 10년 전망에 대해서 30%가 넘는 중앙은행들이 위안화 보유를 늘릴 것으로 응답했다. 일대일로 주변 국가를 중심으로 CIPS에 참여하는 국가와 금융기관도 늘어나 2025년 기준 124개 국가와 지역에 있는 5000곳(아시아 1154개, 유럽 261개, 아프리카 67개 등)이 넘는 은행들이 CIPS 시스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세력을 넓히고 있는 페트로 위안화를 막고, 페트로 달러를 재건하기 위해 트럼프가 무리하게 이란을 공습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위안화의 약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2023년 10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금융강국 건설을 주문한 바 있다. 시 주석은 “금융강국 건설을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강력한 통화를 가져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위안화가 결제통화와 투자통화를 넘어 점진적으로 글로벌 비축통화로서 지위를 높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올해 2월 1일자 공산당 이론·정책 잡지인 추스(求是)를 통해 다시 금융강국 이슈가 등장했다. 그 숨은 함의와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기술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