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모호한데 제재는 늘어⋯ 정책 실효성 시험대 [흔들리는 금융감독 방정식]

입력 2026-04-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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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패소에 제재 실효성·신뢰성 흔들
ELS 과징금 감경 폭 두고 막판 고심
DLF·라임·삼바까지…사법 판단 충돌
행정소송 증가세…금융권 대응 변화

금융당국의 제재가 사법부 판단에 의해 잇따라 뒤집히면서 제재의 실효성과 신뢰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제재안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해외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사태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건까지 당국이 패소하면서 금융권에서는 행정소송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감독 기준의 불명확성이 정부와 금융권의 상호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은행권 제재는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장기화 국면에 들어섰다. 금융위원회는 과징금 수준과 법리적 쟁점을 두고 막판 조율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달 내 확정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과징금 감경 폭이다. 금융감독원이 최초 약 4조원 수준으로 산정했던 과징금은 논의 과정에서 2조원, 이후 1조4000억원까지 낮아졌다.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최대 75%까지 감경이 가능한 만큼 추가 인하 여지도 남아 있지만 조 단위 제재의 상징성과 선례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제재 과정이 법원 판단과 반복적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ELS 관련 판결에서도 투자 손실을 전적으로 판매사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제시되며 당국 논리와 간극이 드러났다.

앞서 DLF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제재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고 이후 라임·옵티머스 사태 관련 금융사 징계도 일부 뒤집히는 등 유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두나무 영업정지 처분 역시 규제 기준의 불명확성을 이유로 1심에서 당국이 패소됐다.

최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이슈까지 법원에서 뒤집히며 금융당국 제재의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법원은 증시 불안을 이유로 감리위원회 심의를 생략한 조치를 인정하지 않았고, 회계 판단 역시 일부 요소만으로 분식회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처럼 감독당국과 사법 판단이 엇갈리면서 금융권의 대응 방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주요 제재 건마다 행정소송이 뒤따르며 법정 대응이 사실상 표준 절차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위를 상대로 제기된 신규 행정소송은 2021년 29건에서 2022년 35건, 2023년 64건, 2024년 79건, 2025년 85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제재 확대와 함께 법정 대응도 빠르게 늘어나는 구조다.

이처럼 감독 기준의 명확성에 대한 사회적 검증이 강화된 가운데 금융당국의 부담이 커졌다. 무리한 제재는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반면 과징금을 과도하게 낮출 경우 소비자 보호 기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금융사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내부통제 강화에 더해 법률 대응과 리스크 관리 비용까지 동시에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재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후적으로 책임을 확대하는 구조가 반복되다 보니 소송을 통해 정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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