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 ‘지연’ 확산⋯분당·평촌 갈등, 일산은 사업성 발목

입력 2026-05-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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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마을 신탁 갈등·한솔4 구역 분리
속도 1위 분당도 재건축 곳곳 ‘삐걱’
일산, 특별정비구역도 미진입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의 핵심축으로 꼽히는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재건축 사업이 곳곳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 목표에도 불구하고 단지별 이해관계 충돌과 제도적 한계가 맞물리며 사업 지연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선도지구 대표 사업지로 꼽히는 경기 성남시 분당 양지마을 통합 재건축은 신탁사 교체를 둘러싼 갈등으로 일정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양지마을 주민대표단은 지난해 6월 한국토지신탁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나 최근 신의성실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협약을 해지했다. 주민 측은 수수료 제안 미응답과 전략환경영향평가 누락 등을 문제로 제기했다.

반면 한국토지신탁은 ‘총자산 50조원 이상’ 조건 등 입찰 기준이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설계돼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주민대표단은 △소유주 이익 극대화 △주민 의견 반영 제도화 △검증된 실적과 경험 △공정한 선정 원칙 아래 경쟁입찰을 진행해 7월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탁사 선정 동의 기준 강화가 예고되면서 사업 지연 변수는 더 커지고 있다. 현재는 사업시행자 지정을 위해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 동의만 확보하면 되지만 8월 4일부터는 통합 재건축 추진 시 단지별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지는 셈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신탁사 교체와 제도 변화가 맞물리면서 동의율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단지별 동의 기준이 적용되면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분당에서는 통합 재건축 구조에 따른 지연 사례도 나타난다. 분당 한솔 4단지는 인근 한솔 5·6단지와 함께 특별정비예정구역으로 묶이며 통합 재건축을 전제로 사업이 추진됐으나 이들 단지가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면서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졌다. 최근 통합 재건축으로 묶인 구역을 분리하는 방안 논의가 시작됐지만 일정 지연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신도시로도 확산되고 있다. 평촌신도시 A-17구역에서도 기부채납 시설 배치 등을 둘러싼 단지 간 이견이 이어지며 사업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산신도시는 사업 초기 단계부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직 특별정비구역 지정 단계에도 진입하지 못한 가운데 낮은 기준 용적률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일산의 기준용적률은 300%로 분당(326%), 평촌(330%), 산본(330%), 중동(350%)보다 낮지만 공공기여 비율은 동일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해 사업 추진 자체가 지연되는 구조다.

분당을 시작으로 사업이 본격화되는 다른 1기 신도시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도지구는 여러 단지를 묶어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구조인 만큼 조합 방식의 비리나 소송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신탁 방식 선호가 높다. 이에 사업시행자 지정 등 주요 절차에 들어갈수록 단지 간 이해관계 충돌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본지 자문위원인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기 신도시 재건축 지연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비용 부담에 있다”며 “추가 분담금 증가로 주민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갈등과 지연이 반복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어 “통합 재건축 구조와 동의 기준 강화까지 겹치면 유사한 갈등과 지연은 분당 외 다른 신도시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속도보다 주민 부담과 사업성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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