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2349억의 찔러보기

입력 2026-04-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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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사회경제부 기자.  jinhee12@
▲박진희 사회경제부 기자. jinhee12@

낚시꾼들 사이에는 잡은 물고기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는 ‘포획 후 방류(Catch and Release)’라는 관행이 있다. 물고기를 보호하겠다는 선의의 행동이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풀려난 물고기의 절반 정도는 곧 죽고 만다고 한다.

포획 과정에서 겪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보호를 위한 행동이 결과적으로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역설이 발생하는 셈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보여주는 행보가 이와 닮았다. 기업의 부당지원을 잡아내 경제 정의를 세우겠다는 명분은 화려하나, 정작 법정에서는 그 논리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서울고법은 23일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급식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부과받은 과징금 2349억원 전액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제출한 증거들로는 부당지원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가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네이버 '동영상 검색 알고리즘 조작' 역시 공정위 패소 판결이 나왔다. 실제로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소송 패소 등의 이유로 기업에 환급한 금액은 총 6247억원에 달한다.

이런 악순환의 배경에는 공정위의 구조가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조사를 담당하는 심사관과 이를 심의하는 위원회가 같은 조직에 있다 보니 기소와 판결이 사실상 한 울타리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설령 과징금이 취소되더라도, 그사이 발생한 소송 비용과 경영 불확실성은 기업의 부담으로 남는다. 물 밖으로 끌려 나온 물고기가 방류된 후에도 생존력이 급격히 떨어지듯, 무리한 제재에 노출된 기업 역시 회복하기 어려운 유·무형의 손해를 입는 셈이다.

공정위의 2349억원 ‘찔러보기’가 남긴 것은 긴 법정 공방과 적지 않은 세금 낭비뿐이다. 더 이상 무익한 포획이 반복되지 않도록 행정 처분의 무게에 걸맞은 엄중한 책임감이 선행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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