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피해' 더 치명적⋯‘노동 정당성’ vs ‘국가 경제’ 충돌 [치킨게임 성과급 분배]

입력 2026-04-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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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노조 총파업 예고⋯복구 불가능한 ‘공급망의 균열’ 우려
소부장 생태계 악영향⋯빅테크 고객사 신뢰 훼손 큰 문제
대만 반도체 기업 반사이익…가격 협상력 올릴 기회 분석도

내달 21일로 예고된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학계와 산업 전문가들이 전례 없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번 파업은 단순한 임금 협상의 결렬을 넘어,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 전쟁이 한창인 시점에 자국 산업의 보급로를 스스로 끊는 ‘전략적 자해’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권리와 국가 경제의 생존권이 정면충돌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학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복구 불가능한 공급망의 균열’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최근 세미나에서 삼성전자 파업으로 인한 가동 중단 손실이 하루 1조원, 장기화 시 영업이익 10조원 증발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보이는 비용’보다 ‘보이지 않는 비용’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공정은 단 몇 분의 중단만으로도 수만 장의 웨이퍼를 폐기해야 하는 정밀 산업이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의 신뢰 훼손이다. 엔비디아, 애플 등 글로벌 파트너들은 ‘공급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삼성전자를 ‘위험한 파트너’로 낙인찍어 고객사 이탈과 투자 연기로 이어지는 ‘신뢰의 파산’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곧 삼성의 시장 선도적 지위 상실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귀결된다.

파업의 여파는 삼성전자를 넘어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로 번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가동률 저하는 곧 하청업체들의 재고 적체와 경영난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학계는 원청의 파업이 소부장 생태계의 줄도산을 부르고, 이는 결국 K-반도체의 기초 체력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위 1% 대기업 노조의 투쟁이 99% 중소기업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글로벌 시장 환경도 삼성에 우호적이지 않다. TSMC 등 대만 반도체 기업들은 삼성의 공급망 불안을 틈타 가격 협상력을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 ‘골든타임’에 터진 파업이 경쟁국에 승기를 헌납하는 ‘국가적 실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TSMC가 2·3나노 공정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삼성의 파업은 고객사들에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대만을 선택하게 만드는 명분이 될 수 있다.

노조 측은 이번 파업이 ‘정당한 성과 배분’과 ‘노동 가치의 회복’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사상 최대 실적의 결실이 경영진과 주주에게만 쏠려 있다”며 성과급 산정 방식의 투명화와 영업이익에 걸맞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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