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확산 속도 및 제도 수용 여부 지켜봐야”

에이전틱(Agentic) AI의 진화가 글로벌 지급결제 시장의 ‘결제 경로’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자율성을 갖춘 AI가 결제 수단까지 직접 선택하게 되면, 수수료를 떼는 카드망 대신 스테이블코인 같은 저비용 통로를 택해 기존 네트워크를 우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여신금융연구소의 ‘에이전틱 AI의 진화가 지급결제 시장에 미칠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변화는 지급결제 산업의 판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지금까지 카드 결제 시장은 브랜드 신뢰, 익숙함, 이용 편의성 같은 요소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지만, 앞으로는 결제수단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브랜드보다 비용과 효율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에이전틱 AI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를 대신해 정보를 모으고 비교하고 실행까지 하는 자율형 AI를 뜻한다. 쉽게 말해 ‘대답하는 AI’가 아니라 ‘대신 움직이는 AI’에 가깝다. 결제 과정에 이런 AI가 본격적으로 개입하면 소비자 대신 가장 효율적인 결제수단을 고르게 될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먼저 흔들릴 수 있는 건 카드 결제의 수수료 구조다. AI 에이전트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비효율적인 비용으로 판단하면 더 싸고 빠른 결제수단을 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대안으로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가 거론된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같은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한 가상자산으로, 가격 변동성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사람은 익숙한 카드를 고를 수 있지만 AI는 이런 비용 차이를 바탕으로 계산상 더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변화가 현실화하면 비자, 마스터카드 같은 기존 카드 네트워크를 거치지 않는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 AI가 더 효율적인 길을 찾기 시작하면 기존 통로를 우회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시장도 이런 문제 제기에 곧바로 반응했다. 관련 분석이 확산된 뒤 주요 글로벌 지급결제 기업 주가는 장중 4% 이상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 시장이 이를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결제산업의 수익 구조를 흔들 수 있는 신호로 받아들였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이런 전망이 다소 앞서 나갔다는 반론도 있다. 일부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해당 시나리오가 실증적 근거보다 서사에 기대고 있고 단기간 내 결제산업이 급격히 재편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결국 AI가 실제 결제 전 과정에서 얼마나 빠르게 선택권을 가져갈지, 제도와 인프라가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곽나현 연구원은 “지급결제 기업들은 에이전트 거래의 확산을 단순한 위기로 보기보다 새로운 기회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AI 에이전트 거래 환경에서 신원 확인, 권한 검증, 거래 의도 입증, 분쟁 대응 등 신뢰 인프라를 제공하는 핵심 중개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