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외곽 아파트값이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에도 오름세를 이어가는 배경으로 임대차 시장 불안이 지목됐다. 전월세 매물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임차인이 매수로 돌아서면서 외곽 집값을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14일 YTN 라디오 '조태현의 생생경제'에서 "중심 지역은 7월 세제 개편안과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금리 인상 우려 등 매수 심리에 영향을 주는 불확실성이 작용하고 있다"며 "반면 외곽 지역은 기저에 임대차 시장 불안이 일부 가격 상승 흐름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전월세 매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임차인들이 매수에 나서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대출이 여전히 최대 6억원까지 가능해 중산층의 자금 융통이 상대적으로 원활한 편이고, 최근에는 9억원 이하 주택으로 수요가 하향 매수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신생아 특례 보금자리론과 디딤돌대출 같은 정책 대출 활용이 쉬워 실수요자 위주 거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 연구원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대해 "부동산 시장을 향한 강력한 다이어트 선언"이라며 "주택 시장으로 흘러가는 유동성을 아주 세밀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택담보대출에 별도의 가계부채 상향 목표치를 설정하고, 가계부채 증가의 핵심을 부동산 시장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을 정조준한 가계부채의 핀셋 관리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5대 은행 대출 규제로 수요가 인터넷 은행 등 다른 금융권으로 옮겨가는 이른바 '풍선 효과'는 단정하기 이르다고 봤다. 남 연구원은 "정부 정책의 기조 자체가 전체 유동성을 줄이는 데 있다"며 "7월 세제 개편안의 보유세 인상 폭과 금리 움직임에 따라 유동성은 얼마든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전면 시행되고 있어 5대 은행 대출이 규제되지 않더라도 전반적으로 대출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동성이 자유롭게 이동한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보증 제한 등 추가 규제가 임대차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남 연구원은 "상생임대 비과세 요건을 갖췄지만 세입자 퇴거 자금 마련이 부족한 매도자의 물건은 시장에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타 지역의 비거주 1주택을 매도한 뒤 실제 거주 주택을 다시 매수하는 경우 중하위 지역 중심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도하지 않고 월세 거주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면 월세화 현상이 조금 더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소유자가 기존 비거주 주택으로 다시 돌아갈 경우 새로 집을 구해야 하는 임차인이 증가해 전월세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향후 시장에 대해서는 "단기간에 매물 출회가 한 번에 쏟아지는 시기는 일부 지났다"면서도 "지속적이고 간헐적으로 꾸준히 매물이 나올 수 있는 저변 환경은 만들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기간에 급매물이 과도하게 포화될 정도로 출현하기는 힘들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꾸준히 급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수요자에게는 급매물을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 연구원은 "무주택자는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 대출 만기 등으로 간헐적으로 나오는 급매물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매수를 희망하는 지역의 매물 흐름을 꾸준히 체크하면서 가용 금액 범위 내에서 급매성 매물을 선별해 매수하는 것은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갈아타기 수요자에게는 '선매수 후매도 전략'을 지양하라고 주문했다. 남 연구원은 "꼭 가지고 있는 물건을 먼저 매도하고 갈아탈 집을 매수했으면 좋겠다"며 "미국·이란 전쟁이나 7월 세제 개편안 같은 굵직한 이벤트가 남아 있어 기존 주택을 정확하게 매도하지 못한 상태에서 먼저 매수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