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다주택자 죄면 무주택자 집 생기나

입력 2026-04-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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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한 규제 카드를 연달아 꺼내 들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와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만기연장 제한 등을 통해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는 모습이다. 투기 수요를 차단해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명분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의 의도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압박이 거세질수록 다주택자들의 셈법은 더욱 치밀해지고, 시장의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있다.

규제 발표 이후 다주택자들의 셈법은 분주해졌다.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매물을 내놓는 이들이 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실제로 아실에 따르면 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6631건을 기록해 연초 대비 34% 늘었다. 그러나 버티기에 들어간 이들도 적지 않다. 자녀에게 증여를 택한 경우도 눈에 띄게 늘어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지역의 아파트 등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1387건으로 3년 3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규제가 촘촘해질수록 시장 참여자들의 회피 경로도 다양해지는 법이다.

시장의 본질적인 물음은 결국 하나다. 이런 복합 규제가 서울 집값을 실제로 잡을 수 있는가다. 매물이 시장에 쏟아진다 해도 집을 살 수 있는 무주택 실수요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가 맞물린 지금 매물이 나와도 여력이 되지 않는 실수요자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실거래가 줄면서 시장이 안정되는 게 아닌 외려 경직될 가능성도 있다.

전·월세 시장의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임대를 포기할 경우 임대 공급이 줄어들고 전·월세 가격은 오히려 오를 수 있다. 정책의 타깃이 다주택자라 해도 그 여파는 고스란히 무주택 세입자들에게 전가된다. 규제의 역설이다. 매매시장의 문턱은 높아지고 임대시장의 숨통은 조여지는 구조라면 결국 가장 약한 고리는 집 없는 서민층이 될 수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한까지 한 달이 조금 안 남았다. 시한이 다가올수록 매물 출회 여부, 거래량 변화, 전세가 흐름이 이 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퇴로를 막는 데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정작 집 없는 이들의 내 집 마련 진입로가 넓어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규제의 칼날이 예리할수록 그 칼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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