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공공건축 설계공모의 고질적인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 전면 손질에 나선다. 심사위원의 부정행위에 대해 공무원 수준의 처벌을 적용하고 사전접촉을 신고·제재하는 등 강력한 장치를 도입한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공건축 설계공모는 연간 1000건 이상 시행되지만 심사 공정성 논란이 지속돼 왔다.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공모 참여자의 93.9%가 불공정하다고 인식하는 등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 부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정부는 제도 개선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하고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국토부는 대한건축사협회, 한국건축가협회, 대한건축학회, 새건축사협의회, 한국여성건축가협회와 함께 10일 ‘공공건축 설계공모 공정성 제고방안’을 발표한다. 이번 방안은 심사의 공정성과 전문성 강화, 공모 전 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핵심으로 한다.
우선 설계공모 심사위원의 책임성이 대폭 강화된다. 앞으로 금품수수 등 부정행위를 저지를 경우 공무원으로 간주돼 형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된다. 기존에는 민간인 신분으로 처벌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향후 처벌이 강화된다.
사전접촉을 차단하기 위한 신고 및 제재 시스템도 도입된다. 공모 공고 이후부터 최종 심사까지 심사위원에게 의도적으로 참여 사실을 알리는 행위 등이 금지되며 이를 인지한 경우 신고 의무가 부과된다. 위반 시 향후 공모 참여 제한 등 제재 근거도 마련된다.
심사 과정의 투명성도 강화된다. 평가 결과 공개 범위를 확대해 단계별 심사 결과까지 공개하고 심사위원 실명도 함께 공개하도록 개선한다. 또 교수나 건축사 등 특정 유형이 심사위원의 3분의 2를 넘지 않도록 구성 기준도 손질한다.
전문성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공모 대상 건축물의 용도와 관련된 설계·지도 이력을 고려해 심사위원을 선정하고 현장답사를 의무화한다. 아울러 법령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해 위반 설계안이 당선되는 사례를 차단할 방침이다.
공모 운영 시스템은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된다. 온라인 플랫폼 ‘건축허브’를 중심으로 공모 공고와 결과, 심사위원 이력 등을 일원화해 관리하고 심사 참여 횟수 제한 등도 온라인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정부와 건축계는 이번 대책이 공공건축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진철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현대인을 둘러싼 풍경 중 집과 일터, 상가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공적 공간으로 공공건축물은 국민 삶의 질과 행복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우수한 설계자를 뽑는 공모제도는 공공건축의 근간인 만큼 이번 방안을 통해 공공건축의 품질과 도시의 품격이 함께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진오 공정공모협의체 대표는 “그간 설계공모 제도는 심사 생중계와 총량제 도입 등으로 공정성을 유도해 왔지만 이번 방안은 사전접촉 신고 의무와 패널티 부여 등 직접적인 제재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국토부와 건축단체가 공동으로 제도를 설계한 만큼 공모 환경이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