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에 밀리고 재건축에 치이고…리모델링서 눈 돌리는 조합들

입력 2026-04-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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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수익성 한계에…규제 완화된 재건축으로 선회

한때 재건축이 어려운 노후 아파트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던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이 최근 들어 급격히 힘을 잃는 모습이다.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성이 흔들리는 사이 재건축 규제 완화와 사업성 개선 기대가 맞물리면서 조합들이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거나 사업 자체를 접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 사이에서는 사업 방식을 재검토하거나 재건축 전환을 검토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서울 성동구 옥수극동 아파트는 2017년 조합 설립 이후 기존 약 900가구를 1000가구 이상으로 늘리는 리모델링을 추진해왔지만 2024년 기존 시공사가 사업에서 이탈한 뒤 후속 시공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올해 들어 조합이 사업 포기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사실상 방향 재검토 중이다.

용산구 이촌우성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단지는 용적률이 300%를 웃돌아 한동안 리모델링이 유력한 대안으로 꼽혔지만 지난해 11월 총회 이후 리모델링 조합 해산 수순에 들어갔다. 성동구 응봉대림1차 역시 리모델링 조합 해산에 합의하며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었고 강남구 성원대치2단지도 임시총회에서 해산안이 가결됐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의 기둥·내력벽 등 주요 구조를 유지한 채 증축하는 방식으로 재건축보다 규제가 덜하고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다. 준공 15년 이후 추진이 가능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받지 않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또 안전진단 기준도 상대적으로 완화돼 수직증축은 B등급, 수평증축은 C등급 수준이면 추진이 가능하다. 특히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낮은 단지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정비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장점은 크게 약화됐다. 가장 큰 배경으로는 무엇보다 공사비 부담에 따른 사업성 악화가 있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리모델링 사업장 5곳의 3.3㎡당 평균 공사비는 890만원으로 재건축 사업장 평균 820만7000원을 웃돌았다. 리모델링은 기존 골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수평·수직 증축과 구조 보강을 병행해야 해 내진 보강, 기초 보강, 지하주차장 확충 등 추가 공정이 많고 공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도 잦아 비용 상승 요인이 크다.

수익 구조 역시 제약이 뚜렷하다. 리모델링은 가구수 증가가 기존의 15% 이내로 제한돼 일반분양 물량 확대에 한계가 있다. 반면 재건축은 용적률 인센티브와 사업성 보정계수 등 제도적 지원을 통해 일반분양 물량을 늘릴 수 있다.

여기에 최근 1년간 재건축 여건이 눈에 띄게 개선된 점도 리모델링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부터 재건축진단의 실시 시점을 조정하는 제도개편과 함께 지자체 현지조사 절차를 폐지했다. 서울시도 사업성 보정계수를 통해 수익성이 낮은 지역의 허용용적률 인센티브를 높이면서 재건축 사업 동력을 끌어올렸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리모델링은 공사비 상승 부담이 큰 반면 수익 구조는 제한적인데 재건축은 제도 개선으로 사업성이 계속 보완되고 있다”며 “조합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유리한지 다시 따져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리모델링 시장이 완전히 위축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건축이 여전히 쉽지 않은 고용적률 단지나 사업 기간을 단축해야 하는 경우에는 리모델링이 여전히 현실적인 대안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입지와 사업 구조에 따라 리모델링이 더 유리한 단지도 존재한다”며 “앞으로는 모든 단지가 같은 방향을 택하기보다는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조건에 따라 나뉘는 양극화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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