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핵심 원도심 상권은 아직 썰렁
교육·의료·문화 가족단위 정주여건 갖춰야

국민연금공단(NPS)이 전주에 둥지를 튼 지 11년, 전북혁신도시가 마침내 ‘제3금융중심지’라는 원대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KB금융과 신한금융 등 국내 리딩 금융지주들이 자산운용 조직을 전주로 전진 배치하고, 글로벌 운용사들까지 거점 마련에 속도를 내면서 지역 사회에서는 “금융도시의 실질적인 형태가 갖춰지고 있다”는 고무적인 관측이 나온다.
고조되는 기대감과 달리, 평일인 이달 2일 낮에 찾은 혁신도시는 여전히 차분했다. 정적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건물은 빽빽이 들어섰지만, 넓게 뻗은 도로 위 차량은 드물었다.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국민연금공단 본관 일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한국국토정보공사, 전북개발공사 등 대형 공공기관이 모여 있지만, 인근 상권에는 활기가 돌지 않았다. 월평교 너머 상업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적막감이 감돌았다. 건물 곳곳은 채워지지 못한 채 공실로 남아 있었다.

다만 정체된 공기 속에서도 변화의 실마리는 곳곳에서 포착됐다. 금융기관 입주가 예정된 빈 건물들이 새 단장을 준비하며 활기를 예고했다. 특히 커다란 공사 가림막으로 둘러싸여 있는 전주 옛 종합경기장 부지는 전주 MICE 복합단지로의 변신을 기대케 했다.
금융 산업의 뿌리를 내리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운영하는 금융혁신공유오피스에는 이미 10개 기업이 입주했다. 이들 기업은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디지털 금융 산업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센터 관계자는 “금융중심지로 지정된다면 입주사들이 대형 금융기관과 협업할 기회가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를 ‘현실’로 바꾸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명확하다. 혁신도시의 외연 확장이 지역 경제 전반의 낙수효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여전히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원도심 대표 관광지인 한옥마을의 한복 대여점 사장은 “혁신도시가 활성화돼 유동 인구가 늘어난다면 정체된 평일 상권에도 새로운 활로가 열리지 않겠느냐”며 금융도시 조성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기대했다. 관광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는 지역 경제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장에서 만난 다른 시민들의 시선도 비슷했다. 기대는 분명하지만 아직은 가능성에 불과하다는 인식이다. 한 택시기사는 “출퇴근 시간만 되면 전주역에서 혁신도시까지 도로가 꽉 막힌다”며 “결국 다들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 하나로는 부족했는데 금융기관이 더 내려온다니 기대는 되지만, 제대로 된 금융도시가 되려면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환경부터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기대와 신중론이 교차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국민연금 이전 이후에도 체감 효과는 크지 않았지만 금융지주까지 내려오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금융중심지 지정은 지역 가치 상승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은 기대와 현실이 공존하는 단계”라며 “결국 실제 정착으로 이어질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착 문제는 현장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과제이기도 했다. 금융 기능이 모이는 것과 사람들이 삶의 기반을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역 관계자들은 교육·의료·문화 인프라를 공통적으로 지목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가족 단위로 이주하려면 학군과 병원, 생활 환경이 중요하다”며 “정주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금융도시도 껍데기에 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북혁신도시는 국민연금을 필두로 금융지주와 글로벌 운용사가 속속 자리를 잡으며 ‘금융 허브’의 골격은 어느 정도 갖춘 모양새다. 하지만 화려한 빌딩 숲이 실제 지역 산업 및 주민들의 삶과 유기적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장에서 확인한 가장 큰 과제는 결국 ‘사람’이었다. 단순히 금융기관의 간판과 사무실 주소를 옮기는 차원을 넘어, 이곳을 일터로 삼은 종사자들이 가족과 함께 정착할 수 있는 ‘생활의 터전’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 기능 집적이라는 첫 단추를 끼운 전북혁신도시 앞에 이제는 교육·의료·문화 등 정주 여건이라는 실질적인 성적표가 놓인 셈이다.
지역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 인력들이 전주를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닌 ‘살고 싶은 곳’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며 “단순한 인센티브 제공을 넘어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인프라 확충이 뒷받침될 때 전북혁신도시는 비로소 이름뿐인 수식어를 떼고 실질적인 금융 허브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