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함연지 남편 미국 지주사 대표 맡겨
‘불닭 열풍’ 삼양식품 전병우는 성장동력 발굴

농심과 오뚜기가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 현지법인 수장 자리에 오너가를 속속 앉히고 있다. 삼양식품이 ‘불닭’ 열풍으로 해외 매출에 날개를 달자, 북미 시장을 차기 리더십의 시험대로 삼으려는 모양새다. 중동 전쟁에 따른 내수 침체와 현 정부의 강력한 물가 압박도 해외 시장 확대의 중요성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해석된다.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농심과 오뚜기는 지난해 하반기 북미 지주사 대표로 오너 3세 일가를 나란히 선임했다. 농심은 신상열 부사장이 농심홀딩스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를, 오뚜기는 함연지 씨의 남편 김재우 씨가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 대표를 각각 맡았다.
농심의 북미 사업은 크게 북미 지주사인 농심홀딩스아메리카와 미국법인 농심USA, 캐나다법인 농심캐나다로 나뉜다. 농심홀딩스아메리카는 미국법인과 캐나다법인의 지주회사로 북미 사업을 총괄한다. 신 부사장은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으로, 미국 컬럼비아대 졸업 후 2019년 농심에 입사했다. 이후 구매실장·미래사업실장 등을 거쳐 올해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현재 미래사업실을 이끌며 인수합병(M&A)과 중장기 성장 계획 수립을 맡고 있다.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선 사내이사에도 선임됐다.
신 부사장은 그동안 국내에선 법인 대표를 맡은 적이 없다. 하지만 농심홀딩스아메리카 CEO를 맡아, 북미 사업을 주도하는 책무를 맡게 됐다. 현재 농심은 ‘신라면’을 앞세워 해외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작년 해외 매출 비중은 39% 수준이며, 북미법인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농심은 2030년까지 매출 7조3000억원, 영업이익률 10%, 해외 매출 비중 61% 달성을 골자로 한 ‘비전 2030’을 추진 중이다. 최대 시장은 단연 미국이다. 2030년까지 미국 매출 15억달러, 현지 라면 시장 1위가 목표다. 농심 관계자는 “신 부사장은 북미 지역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현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며 “향후 북미사업의 전략 방향성을 제시하며 책임경영을 펼쳐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뚜기는 삼양식품과 농심에 비해 해외 사업 추진이 더딘 편이다. 라면 외에도 다양한 식품 라인업을 갖춘 터라, K-라면 열풍에서 한발 물러난 듯 보였다. 작년 기준 오뚜기의 해외 매출은 11%에 그쳤다. 하지만 오뚜기는 최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통해 미국 및 동남아시아 시장 등 해외 매출 확대를 통한 수익성 증진을 중장기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오뚜기 역시 미국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현재 미국에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지주사) △오뚜기아메리카(운영법인) △오뚜기푸즈아메리카(생산법인) 등의 법인을 두고 있다. 오뚜기도 이번에 함영준 회장의 장녀인 함연지 씨 남편인 김 대표를 미국법인 지주사 수장으로 선임, 오너가 입김을 해외 사업에 불어넣는 모습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기존 법인장들이 현지 경험 없이 부임해 적응에 시간이 필요했던 것과 달리, 김 대표는 해외 기업 근무 경력과 국내 5년·미국 2년의 실무 경험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2018년 오뚜기 본사에 입사해 경영전략·판매기획 부서에서 근무하다 2023년 미국법인으로 발령됐다. 연지 씨도 남편과 함께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에서 근무, 마케팅팀 매니저로 있다. 앞서 오뚜기는 김 대표의 부친인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오뚜기 글로벌사업본부 부사장으로 선임, 일명 ‘사돈 경영’으로 화제를 모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가 워낙 어려워 대부분의 식품기업이 해외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양식품 성공 이후 해외 성과가 식품사의 가치를 좌우할 것”이라며 “현재 식품기업 오너 3세에게 해외 시장 성과만큼 차기 리더십 성적표로 적합한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미 해외 매출이 80%를 차지하는 삼양식품은 해외법인 대표를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다. 오너 3세 전병우 전무는 삼양식품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CSO)을 맡아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