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실수, 실수"...軍 '잇단 사고', 지휘체계 공백 후폭풍

입력 2026-04-0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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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뉴시스] 정병혁 기자 = 9일 경기 가평군 조종면 신하교 인근에 AH-1S 코브라 헬기가 추락해 현장에서 군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2026.02.09. jhope@newsis.com
▲[가평=뉴시스] 정병혁 기자 = 9일 경기 가평군 조종면 신하교 인근에 AH-1S 코브라 헬기가 추락해 현장에서 군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2026.02.09. jhope@newsis.com

우리 군에서 인적 과실로 추정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총기 분실, 전투기 충돌, 사격 실수에 이어 육군 헬기가 유엔사 사전 승인 없이 비무장지대(DMZ)에 진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군 지휘부 공백에 따른 관리부실, 기강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육군 소속 수리온 헬기 1대가 지난달 23일 경기 연천 최전방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투입됐다가 DMZ 안까지 진입했다. 군사분계선(MDL) 기준 남쪽 2㎞까지인 DMZ 남측구역 출입은 정전협정에 따라 관할권이 있는 유엔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당시 해당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도영 합참 공보실장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3월 23일 경기 연천 일대에서 산불 진화를 위해 투입된 육군 헬기 1대가 비무장지대 내에서 비행한 사실이 있다”면서도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 중이며 작전 사항과 연계된 부분이 있어 세부 내용 공개는 제한된다”고 밝혔다.

육군 헬기가 유엔군 승인 없이 DMZ 내부에 진입한 이번 사건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화재가 발생한 지점은 DMZ 내부이고 군은 산림청에 화재 진압을 요청하면서 유엔사 승인을 받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청 산불방지과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한 22일부터 25일까지 총 22대의 산림청 헬기가 투입됐고 모두 항법사를 태웠다”면서 “군을 통해 유엔사 승인을 받지 않으면 진입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 전직 국방부 관계자는 “DMZ 지역에서 난 산불인데 실수로 넘어간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면서 “밑에 군에서도 헬기 위치가 레이더에 찍히는데 당연히 알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군 기강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은 “DMZ를 월경하게 되면 사전 경보하고 월경 지역에 접근하면 접근을 자제하도록 하는 법적 장치가 있으며 화재처럼 긴급한 상황에서는 헬기가 뜨면서 동시 통보도 할 수 있다”면서 “육군에서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군의 ‘실수’는 이번 뿐이 아니다. 지난달엔 대구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던 한 초등학교 여학생의 목에 탄두가 박히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인근 부대에서 K2 소총 사격 훈련 중 실수로 날아온 탄두로 알려졌다.

2월 25일엔 경북 영주시 인근 산악 지역에서 공군 F-16C 전투기가 야간 훈련 중 추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공군은 “전투기 2대가 야간 비행훈련 중 1번기 조종사가 야간투시경을 착용한 상태에서 2번기에 대한 거리와 접근율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해 공중 접촉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2월 초엔 경기 가평군 조종면 현리 일대에서 훈련 중이던 육군 코브라 헬기(AH-1S)가 추락하면서 조종사 등 탑승자 2명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육군은 원인 미상의 사유로 추락했다고 밝혔는데 노후 헬기 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사고 기종은 1988년 도입돼 기령이 40년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2월엔 파주 소재 군 훈련장에서 대공사격훈련을 실시하던 중 포탄 1발이 폭발했다. 폭발한 탄은 차륜형 대공포 ‘천호’가 사용하는 30㎜ 대공포탄으로 알려졌다. 대공포탄이 송탄기에 걸려 제거하던 중 폭발이 일어나 현장에 있던 부사관 3명과 군무원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6월 육군 신병과 간부가 렌트카에 K2 소총을 그대로 놔두고 반납했다가 사흘 만에 회수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군은 총기가 사라진 것도 파악하지 못했다. 사흘 뒤 '렌트카에 소총이 있다'는 민간인의 경찰 신고를 전달받았고, 해당 부대는 소총을 회수했다.

이보다 앞선 같은 해 3월 공군 KF-16 전투기가 경기 포천 일대에서 폭탄 8발을 오폭했고 경기 양주시 육군 비행장에서 군용무인기 ‘헤론’과 다목적 국산 헬기 ‘수리온(KUHC-1)’이 충돌해 두 기체 모두 전소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군에서 인적 과실로 추정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아직 수사 중인 사항도 있다”면서 “조사 결과가 나오면 필요한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군 지휘체계 공백에 따른 관리 부실과 기강해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 소장은 “현재 지상작전사령관, 해군작전사령관이 다 공백 상태”라면서 “지휘부 공백이 훈련과 관리체계 부실, 기강해이로 연결되고 사건사고 발생에도 엄청난 영향을 준다”고 했다. 이어 “국방부 장관이 기강을 확실히 잡고 수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광섭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정부가 한반도 평화공존 기조를 앞세우면서 안일한 인식이 군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군에서 발생하는 잇단 사고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국경선화 작업까지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계속 이런 식의 모습을 보이게 되면 한국의 대비 태세를 좀 더 확인하고 시험해보려고 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형철 전 군사문제연구원장은 “계엄령 이후 군 고위 관계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며 “예하 부대에서 크게 동요하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보고 이란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우리도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니 임무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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