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발 지정학적 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월 27일부터 4월 3일까지 코스피는 13.88%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의 일평균 등락률은 3.72%에 달했다. 하루 7% 넘게 밀린 뒤 다음 날 9% 가까이 튀고, 또 며칠 지나지 않아 5~6%씩 급락과 반등을 반복했다.
국내 증시의 체력은 글로벌 증시와 비교하면 더 분명해진다. 3월 30일부터 4월 3일까지 한 주간 주요국 증시 수익률을 보면 코스피는 비교 대상 10개 지수(나스닥·유로 스톡스600·S&P500·다우·홍콩 항셍·인도 니프티50·일본 닛케이225·중국 상해종합·코스피·대만 가권) 중 9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코스닥은 -6.8%로 사실상 최하위 수준의 부진을 기록했다.
중동 전쟁의 후폭풍이 한국 증시를 유독 세게 때렸다는 뜻이다. 문제는 국내 증시 구조도 이런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워낙 큰 탓에 지수는 버티는데 시장 전체는 무너지는 날이 되풀이된다.
외국인 수급 악화도 간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외국인은 3월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35조7477억원을 순매도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설 때 외국인은 반대로 비중부터 줄였다. 외국인 매매를 시장의 정답처럼 볼 필요는 없다. 다만 대외 충격이 커질 때 글로벌 자금이 한국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분명히 드러난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전쟁 충격 이후 80선까지 치솟았고, 이후에도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지수가 반등한 날에도 공포는 충분히 꺼지지 않았다. 상승이 곧 회복의 신호가 아니었고, 반등이 곧 안심의 근거도 아니었다. 더 불편한 대목은 이런 널뛰기 장세 속에서도 개인의 레버리지 베팅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다시 33조원 턱밑까지 불어났다. 상승장에서는 레버리지가 수익률을 키우는 도구가 된다. 하지만 방향을 잃고 진폭만 커진 시장에서는 손실과 반대매매 압력까지 함께 키우는 불씨로 전락한다. 지금의 빚투는 자신감이라기보다 뒤처지지 않으려는 초조함에 더 가깝다.
지난 한 달은 한국 증시의 강점보다 약점을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은 기대를 만들 수 있지만 전쟁 리스크를 견디기에는 벅차다. 정책이 제도와 신뢰를 통해 서서히 효과를 쌓아가는 동안 지정학적 리스크는 하루아침에 유가를 밀어 올리고 환율을 흔들고 수급을 바꿔 놓는다.
지금 경계해야 할 것은 하락 자체보다 불안의 일상화다. 하루 5% 급락도, 다음 날 8% 급등도 놀랍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 시장 감각은 무뎌진다. 그러나 감각이 무뎌질수록 판단은 서두르게 되고, 서두른 판단의 대가는 대개 더 크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시장은 이미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번에 드러난 것은 단기 조정이 아니다. 한국 증시가 외부 충격 앞에서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에 대한 뼈아픈 확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