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중심지 금융산업 생태계 초점
“금융지주 전주 이전, 완성 아닌 시작
규제 완화 등 글로벌 유인책 필요”

국내 금융지주들은 물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글로벌 금융사들까지 전북혁신도시에 둥지를 틀면서 제3 금융중심지의 실체가 가시화되고 있다. 다만 이를 실질적인 금융 허브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관 이전을 넘어선 정책적 인센티브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주 여건을 완비한 싱가포르나 펀드 규제를 혁신한 룩셈부르크처럼 자본과 의사결정이 선순환하는 산업 생태계 설계가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의 성패를 가를 핵심열쇠가 될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전북혁신도시에 자산운용 기능을 집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인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금융은 기존 150명 수준에서 380명까지, 신한금융은 120명에서 300명까지 인력을 늘리기로 했다. 우리금융도 디노랩, 기업금융 공급 등을 통해 전주 인력을 300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사까지 가세하면서 분위기는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전략적 협약을 체결하고 전주사무소를 설치했다. 블랙록은 약 14조달러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운용사로, 투자 전략과 자산배분 등 전방위 협력에 나선다. 골드만삭스 또한 전주사무소 설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 신한펀드파트너스 등이 자리를 잡은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운용사들이 집결하면서 전북혁신도시가 ‘연기금 특화 금융단지’로서의 면모를 갖춰가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전북이 ‘제3금융중심지’ 후보로 실체를 갖춰가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전북도 역시 금융중심지 지정 신청을 제출하는 등 정책적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해외 금융허브 사례를 보면 금융중심지 형성은 단순한 기관 이전이 아니라 산업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에 가깝다. 세제, 규제, 인력,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시에 구축했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본과 의사결정이 모이는 구조를 만든 것이 핵심이다.
싱가포르는 세제 인센티브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기관이 아시아 본부를 두고 의사결정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법·규제 환경과 인력 유입 제도를 함께 구축했다. 국제학교와 주거 인프라 등 정주 여건까지 갖추면서 운용·상품개발·리스크관리 기능이 한곳에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었다.
아일랜드 더블린도 낮은 법인세와 유럽연합(EU) 시장 접근성을 기반으로 글로벌 자산운용사를 집적시켰다. 더블린 국제금융서비스센터(IFSC)를 중심으로 ‘유럽 진출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됐다. 룩셈부르크는 펀드 규제를 유연하게 설계해 세계 2위 규모의 펀드 허브로 성장했다.
전북 역시 국민연금을 매개로 한 초기 동력은 확보했지만, 글로벌 운용사들을 지속적으로 잡아둘 수 있는 정책적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세제 혜택과 규제 혁신, 여기에 전문 인력이 정착할 수 있는 생활 인프라가 맞물려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금융지주와 해외 운용사들이 모여드는 지금이 생태계 조성의 최적기”라며 “정부 차원의 과감한 인센티브와 정주 여건 개선이 뒷받침돼야만 전북이 명실상부한 금융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