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올해 초 15t 매각…2002년 이후 최대

중동 전쟁이 격화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은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쟁이 금 수요를 자극하기보다 금리와 달러를 끌어올리며 금값을 짓누르는 역설적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이란 전쟁은 전통적인 ‘안전자산 공식’을 흔들고 있다. 통상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지만, 이번에는 금이 오히려 주요 자산 중에서도 부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금 가격은 3월 들어 약 17% 하락하면서 1983년 2월 이후 최악의 월간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장 큰 이유는 금리가 꼽힌다.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고,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됐다. 무이자 자산인 금 선물에 대한 투자 매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
자금 흐름도 뚜렷하게 바뀌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번 위기에서는 금이 아닌 달러와 현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로이터는 “이란 전쟁과 이로 인해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충격이 ‘만능 안전자산’이라는 개념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머니마켓펀드(MMF)로 자금이 몰리며 ‘현금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실제 미국 MMF 규모는 2월 28일 이후 약 600억달러 증가해 7조8600억달러(약 1경1750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금보다 현금을 우선하는 투자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공급 측면 변수까지 겹쳤다.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1~2월 약 15t(톤)의 금을 매도하며 2002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재정 부담과 외환 유동성 확보 필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규모가 제한적인 만큼 금값 하락의 직접적 요인이라기보다 수급 부담을 일부 가중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