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멸종에 ‘무투표’ 급증…‘6ㆍ3 지선’ 4년 전 ‘최악 선거’ 재현되나 [지방의회 혁신 포럼]

입력 2026-03-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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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공천 도입된 4회 지방선거 이후 무소속, 소수 정당 급감⋯무투표 당선자 급증에 선거 의미 퇴색

2022년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역대 최악’의 선거로 기록됐다. 무소속 당선자가 급감하고 무투표 당선자는 급증했다. 이러한 현상은 시·군·구의회 의원(기초의원) 선거에서 두드러졌다. 4회 지선부터 기초의원 선거에 도입된 중선거구제와 정당 공직후보자추천제(공천제), 유급제의 부작용이 곪아 터진 결과다.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9회 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공천 작업이 본격화한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이전에 드러난 구조적 문제가 되풀이될 지 관심이 쏠린다. 반복될 경우 지방자치의 대표성과 책임성, 신뢰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거대 양당 장악한 기초의회

역대 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무소속 당선자 감소다.

이투데이가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기초의원 선거 정당별 당선자 현황과 무투표 명부를 분석한 결과 정당 공천제 도입 전인 1~3회 지선 기초의원 당선자는 모두 무소속이었다. 하지만 정당 공천제가 도입된 4회 지선에선 무소속 비율이 7.9%(288명)로 급감했다. 5회 지선에서 10.6%(305명)로 올랐으나 이후 6회 9.6%(277명), 7회 5.9%(172명), 8회 4.8%(144명)로 급격히 축소됐다.

특히 소수 정당은 ‘멸종 위기’를 맞았다. 4회 지선만 해도 더불어민주당 계열(열린우리당·민주당)과 국민의힘 계열(한나라당)을 제외한 소수 정당에서 지역구 108명, 비례대표 26명의 당선자를 냈다. 그러나 8회 지선에서 소수 정당 당선자는 지역구 23명, 비례대표 1명에 불과했다. 비례대표를 포함한 전체 의석의 0.8% 수준이다.

‘나눠 먹기’에 무투표 폭증…의미 사라진 선거

중선거구제와 정당 공천제의 가장 큰 폐해는 ‘무투표 당선’이다. 1~3회 지선에서는 소선거구제 특성상 기초의원 선거에서 단독 출마에 따른 무투표 당선자가 많았다. 회차별 무투표 당선자는 1회 4541명(1~3회 비례대표 없음) 중 282명, 2회 3489명 중 689명, 3회 3485명 중 452명이다. 특히 3회 지선까진 기초의원이 무급제(명예직)였던 만큼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

4회 지선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4회 지선에서는 무투표 당선자가 35명(지역구 4명, 비례대표 31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기초의원 선거에 거대 정당이 참여하고 유급제 전환으로 경쟁이 늘며 초기에는 지방자치가 활성화하기도 했지만 이후 무투표 당선자가 다시 늘었다. 5회 72명, 6회 138명으로 증가했다가 7회 61명으로 줄었다. 8회 지선 때는 375명(지역구 294명, 비례대표 81명)으로 7회 대비 여섯 배 증가했다.

무투표 당선자 증가 배경 중 하나는 지방의회의 양당 체계 고착화와 ‘나눠먹기식’ 공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회 지선에서 무투표 당선자는 수도권(서울·인천·경기, 179명)과 경남권(부산·울산·경남, 42명), 전라권(광주·전북·전남, 40명)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2인 선거구가 많은 수도권에선 거대 양당이 1명씩 공천하는 나눠 먹기가 횡행했고 정치색이 짙은 경남권과 전라권에선 1개 정당만 공천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런 무투표 당선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제도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정치 신인’ 없는 비례대표

비례대표 제도도 변질했다. 지방의원 비례대표 당선자 중 직업이 정치인이거나 지방의원인 비율은 4회 지선 때 21.3%(375명 중 80명)에서 8회 때 27.5%(386명 중 106명)까지 확대됐다. 시·도별로 충남에선 비례대표 당선자의 절반 이상이 정치인 등이었다.

시·도의회 의원(광역의원) 선거도 다르지 않다. 비례대표 당선자 중 정치인 등 비율은 4회 지선 35.9%(78명 중 28명)에서 5회 30.9%(81명 중 25명), 6회 27.4%(84명 중 23명), 7회 24.1%(87명 중 21명)로 점진적으로 축소되다 8회 지선 때 37.6%(93명 중 35명)로 크게 늘었다. 시·도별로 대전은 당선자 전원이 정치인 등이었으며 대구와 전남, 경남은 전체 당선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반적으로 지선 비례대표 제도가 낙선 정치인 등의 정계 재입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자치 사라진 지방의회, 신뢰도 잃었다

최근 불거진 지방의회의 각종 일탈과 자질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 역시 ‘정당 공천제’에서 찾을 수 있다. 양당의 당헌·당규에는 공천 과정에서 지역위원장(당협위원장)의 개입이 합법적으로 보장되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 제87조는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후보자 추천·심사 시 관할 당협위원장과 협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민주당도 비례대표 순위 선정 등에 있어 권리당원·지역상무위원 투표를 거치도록(당헌 제95조 등) 정하고 있다. 주로 현역이나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 예정자인 지역위원장(당협위원장)의 입김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초의원 후보들은 유권자인 지역 주민보다 공천권을 쥔 지역위원장(당협위원장)에게 줄을 설 수밖에 없다. 이는 의정 역량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함량 미달’ 의원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는 부실한 의정활동, 외유성 해외출장 등 각종 논란과 ‘지방자치 회의론’으로 이어진다.

9회 지선를 앞두고도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향수 한국지방자치학회장(건국대 교수)은 “지방의회 의원들이 중앙당 공천을 받는 구조가 때로는 부정부패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면서 “교육감 선거처럼 정당 공천을 폐지하고 중앙당의 하부 조직이 아닌 생활정치를 구현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는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지방자치학회와 ‘제9회 지방선거 대비 지방의회 미래 전환 제1차 포럼’을 열어 지방의회의 역량과 윤리성, 책임성을 제고 방안을 모색한다.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선거제도를 고쳐 적용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지방의회의 신뢰 회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과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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