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력 갖춘 기관 손잡고 '대기업·금융회사'도 노린다[거세진 행동주의 上-②]

입력 2026-03-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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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6-03-24 19: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공략 대상 줄이고 대형주 집중 압박
1% 지분으로 표 결집…기관 연대 강화
배당 넘어 이사회 개편까지 요구 확대

▲여의도 증권가
▲여의도 증권가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 방식이 달라졌다. 과거처럼 지분을 대거 확보해 압박하기보다 다른 투자자와 연대를 통해 의결권을 결집하는 전략이 확산하는 흐름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은 공략 대상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일부 대형주와 핵심 종목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LG화학, J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코웨이, 가비아, 솔루엠, 덴티움, 에이플러스에셋, DB손해보험 등이 대표적인 타깃으로 꼽힌다. 이들은 ‘소수 지분 기반 의결권 결집’을 주요 전략으로 활용한다. 최근에는 1%대 초반 지분 만으로도 연기금과 기관투자자, 외국계 펀드와 공조해 표 대결 구도를 만드는 사례가 늘었다. 지분 확대보다 우호 세력 확보를 통해 의결권을 모으는 방식이다.

영국계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 지분 약 1% 내외를 바탕으로 주주제안을 제기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와 국내 지배구조 단체, 소액주주들의 동조 여부가 핵심 변수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해당 안건에 찬성을 권고한 데 이어 일부 기관투자자들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소액주주도 비사이드 플랫폼에서 지분을 모으는 중이다. 해외 행동주의 펀드와 국내 기관·소액주주가 결합해 적은 지분으로도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해석된다.

실제 JB금융지주의 경우 2024년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요 주주와 협력해 사외이사를 추천하며 이사회에 진입한 사례도 있다. 이사추천제와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9명 중 3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 지분 규모를 넘어서는 영향력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가비아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등 행동 범위도 확대됐다.

요구 내용 역시 단순 주주환원을 넘어 구조 개편으로 확장했다.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뿐 아니라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이사회 체계 개편 등 경영 의사결정 구조 전반을 겨냥한 제안이 늘었다. 단기 수익을 넘어 이사회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다.

이런 변화는 제도 환경과 맞물려 있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되면서 이사회 책임 범위가 넓어졌고,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강화 등 주주 권한도 확대됐다. 여기에 스튜어드십 코드 개편을 통해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장치가 강화되면서 행동주의 펀드가 연대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주총 환경 역시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 룰’이 적용되면서 기관과 소액주주의 표심이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가 결집하는 사례도 늘어나면서 표 대결 구도는 한층 뚜렷해지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지분 경쟁이 아닌 연대 전략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상당히 많은 지분을 확보해야 했지만, 제도 변화로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충분히 상장사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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