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신혼부부 등 1만3000명 월세 지원
吳 "정부의 임대사업자 규제가 공급 위축 불러"

"방을 구할 수 없으면 학생들이 어떻게 취업 준비를 하고 공부를 합니까."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오후 '월세 70만 원 시대'라는 가혹한 현실에 직면한 동대문구 휘경동 대학가를 찾았다. 고금리와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폭등하는 '주거 절벽' 현장을 직접 점검하기 위해서다. 이날 오 시장은 매물 잠김 현상에 탄식하며 현 주거난의 원인으로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을 정조준했다.
이날 오 시장은 휘경동 소재 공인중개소를 방문해 "학생들이 들어갈 만한 연립 다세대 월세 매물이 많이 주는 것이냐"라며 현황을 물었다. 이에 안호형 서울시북부회 동대문구지회장은 "이 친구들도 (방을) 구하러 왔는데 전혀 없는 상태"라고 답했다.
그러자 오 시장은 "방을 구할 수 없으면 어떻게 취업 준비하고 공부하나"라고 우려했다. 이어 "(전·월세 가격이) 많이 오른다는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전·월세) 물량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오르는 것도 문제다"라면서 "지난번 통계를 보니 전세 물량이 성북구의 경우 작년 대비 90%가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통계 착시나 단기적 현상을 빼더라도 대폭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의 증언은 처참했다. 대학생 박예카 씨는 "투룸을 찾으려 했는데 매물도 없고 다 비싸서 점점 학교와 멀어지는 쪽으로 가게 됐다"며 "옥탑방도 괜찮아 보였는데 불법 구조라 화장실 문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취업준비생 이평강 씨도 "사회초년생 월세 비용이 커지면 청년이 저축하기가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부동산 정보업체 '다방'에 따르면 1월 서울 주요 10대 대학가 원룸의 평균 월세는 62만2000원으로 2019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성균관대 인근은 73만8000원(18.1%↑)까지 치솟았으며 연세대(68.3만 원), 고려대(66.3만 원) 등 대부분이 70만원 선을 넘보고 있다. 여기에 평균 8만2000원에 달하는 관리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청년들의 실질 체감 물가는 더욱 가혹해졌다. 휘경동 인근 한국외대와 경희대의 관리비 상승률 역시 각각 9.0%, 6.4%에 달해 '월세+관리비' 합계가 사실상 80만원에 육박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는 현장 방문에 앞서 전날(8일) '청년 월세 지원사업' 확대안을 발표하며 긴급 진화에 나섰다. 시는 내달부터 무주택 청년 1만 명을 비롯해 △전세 사기 피해자(500명) △무자녀 신혼부부(500명) △청년안심주택 거주자(500명) 등 총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월 20만 원의 월세를 지원한다. 특히 '월 8만 원의 관리비 지원 항목'을 신설해 신청자 중 탈락자 1500명에게 지급하는 등 실질적인 유지비 부담 경감에 집중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관리비 지원 항목'의 신설이다. 시는 월세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신청자 중 1500명을 별도로 선발해 1년간 월 8만 원의 관리비를 지원한다. 이는 최근 월세만큼이나 가파르게 오른 실질 유지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실용적 접근이다. 이번 사업은 4월 모집 공고를 거쳐 8월부터 본격 지급될 예정이다.

오 시장은 이러한 주거난의 근본 원인을 정부의 '임대사업자 규제'에서 찾았다. 그는 "집 여러 채 가진 사람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펼치다 보면 부작용이 그런 형태 주택 공급하는 분들이 위축되어 공급이 위축된다"며 "현 정부의 '임대사업자는 다 바람직하지 않은 존재다'(라는 생각이) 이렇게 자리매김 되면 지원책이 나올 수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출 규제에 대해서도 "초단기 요법으로 쓸 정책이 1년씩 가게 되면 영문도 모르고 피해 입는 분들이 늘어난다"며 융통성 있는 해제를 촉구했다.
주거 불안 해소를 위해 오 시장은 내일(10일) 오후 '청년 주거 안심 대책'을 종합 패키지로 발표할 계획이다. 그는 "이자 지원이나 월세 지원을 통해 지난 5년간 약 24만 명을 지원했지만, 최근의 정책·시장 환경과 맞물려 고통스러운 공급난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내일 종합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는 보증 보험 지원 등 전세 사기 불안 방지 방안도 비중 있게 포함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