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착공 6종 패키지' 도입 공정 최대 1년 단축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3년 한시 완화 정부 건의
주택진흥기금 500억 확보해 이주비 긴급 수혈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위축된 정비사업 시장에 '실행' 중심의 강력한 돌파구를 제시했다. 실체가 불분명한 공급 계획 대신 당장 3년 내 착공이 가능한 구역들을 '핵심공급 전략사업'으로 지정해 밀착 관리하겠다는 의지다.
서울시는 26일 오전 서울시청 3층 간담회장에서 '8만5000가구 신속착공 발표회'를 열고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조기 착공이 가능한 85개 구역의 명단과 구체적인 일정을 전격 공개했다. 이번 계획은 시가 추진 중인 2031년까지 31만 호 착공 로드맵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후속 조치다.
이날 오 시장은 정부의 공급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실질적인 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실체가 불분명한 공급계획으로는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며 "공급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다르게 가겠다"며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공급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물량 확대'와 '공기 단축'이다. 서울시는 지난 5개월간 253개 정비구역의 공정표를 전수 점검해 애초 목표였던 7만9000가구에서 6000가구를 추가 확보한 총 8만5000가구의 착공 계획을 수립했다.
올해 착공 물량 역시 기존 2만3000가구에서 3만 가구로 상향 조정하며 공급 가뭄 해소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세밀한 공정 관리를 통해 62개 구역의 착공 시기를 기존보다 최대 1년 앞당겼다. 이에 따라 2029년 이후로 밀려있던 구역들도 2028년 내 착공권에 진입하게 됐다.
올해 착공 목표 사업지로는 용산구 한남3구역, 은평구 갈현1구역,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 서초구 방배13구역, 동작구 흑석11구역 등이 포함됐다. 2027년에는 이문4구역, 한남2구역, 개포주공5단지, 신반포16차 등이, 2028년에는 개포주공6·7단지, 청량리6구역, 노량진3구역, 잠실우성4차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대상지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는 사업 지연을 막기 위해 새롭게 고안된 '신속착공 6종 패키지'를 현장에 즉시 적용한다.
주요 내용은 △전자총회 활성화 및 비용 전액 지원을 통한 의사결정 기간 단축 △해체계획 수립 시 전문가 자문 지원 △구조·굴토 심의 통합 △공사 표준계약서에 단계별 기한 명문화 △착공 전 공사변경 계약 컨설팅 및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공사비 검증 △정비사업 공정관리 캘린더 앱 개발·보급 등이다. 이를 통해 총회 개최부터 착공 전 심의 단계까지 사업 기간을 단계적으로 줄여 실제 착공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특히 10·15 대책 이후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구역이 기존 42곳에서 159곳으로 약 4배 급증한 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전향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그는 "조합원 지위양도마저 막는다면 이는 투기 억제를 넘어 삶의 선택권을 옥죄는 규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신규 규제 대상 117개 구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분담금 부담(50%)과 실거주 목적의 주거 이전 제약(26%) 등 총 127건의 고충 사례가 확인됐다. 이에 서울시는 노후 주거지 정비가 시급한 구역에 대해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을 3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해 줄 것을 정부에 지속 건의할 방침이다.
또 대출 규제로 '이주 단계'에서 자금난을 겪는 사업장을 위해 올해 500억원 규모의 주택진흥기금을 편성해 이주비 융자 지원에 나선다. 이번 융자는 3월 접수를 시작해 5월 내 집행될 예정이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도시정비법에는 2009년에 이미 조합 융자 지원 규정이 마련돼 있었다"며 "사업비 융자와 관련해 공모와 심사를 거쳐 3곳 정도는 집행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원 대상(39곳) 대비 규모가 적다는 지적에 대해 최 실장은 "이주비는 기본적으로 민간의 영역이지만, 규제로 인해 아주 다급한 상황에 처한 곳들을 시가 가진 작은 금액으로라도 돕겠다는 취지"라며 "서울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당장 1분기 때 이주할 분들은 사업에 지장을 받는 다급한 상황이다 보니 서울시가 급하게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지금 서울은 부동산 공급가뭄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 가뭄을 끝내려면 지금 추진 중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단 한 곳도 멈춰선 안 되며 계획에 머물지 않고 반드시 '착공'으로 신속하게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