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판결에 흔들린 협상 전제…‘한국 1호 투자’ 선택의 시간 [美 상호관세 위법]

입력 2026-02-21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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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호관세 위법 판결 변수 등장
日은 투자로 선제 대응…韓 협상 전략 시험대

▲일본의 대미투자 1호 사업 3개 프로젝트가 확정됐다고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혔다.
▲일본의 대미투자 1호 사업 3개 프로젝트가 확정됐다고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혔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리면서 대미 통상 협상의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관세를 협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온 기존 구도가 약해지면서 한미 협상이 투자 중심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먼저 확정한 가운데 한국 역시 ‘한국 1호’ 사업을 둘러싼 전략 선택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미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주요 교역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상호관세 정책이 대통령의 법적 권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봤다. 관세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온 미국 통상 전략에 일정한 제약이 생긴 셈이다.

다만 관세 압박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 행정부가 산업정책 차원의 투자 유치를 지속할 가능성이 큰 만큼 동맹국 간 투자 경쟁은 오히려 강화되는 흐름이다.

앞서 일본은 약 360억달러(약 52조원) 규모의 1차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확정하며 한발 앞서 나갔다. 이 가운데 330억달러가 미국 오하이오주 가스 화력발전소 건설에 투입된다. 발전 용량은 9.2GW로 원전 9기 수준의 전력 생산량에 해당한다.

일본이 투자 대부분을 발전 인프라에 집중한 것은 미국 산업 전략의 핵심이 ‘전력 확보’에 있다는 점을 정확히 겨냥했다는 평가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전력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발전 설비와 송배전망 확충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제조업 리쇼어링과 AI 산업 육성을 동시에 추진하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확보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동시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핵심광물과 전략 소재의 자국 내 조달 능력 강화도 병행하고 있다. 일본의 가스발전 투자는 이러한 정책 수요를 정면으로 겨냥한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 역시 지난해 한미 협상 과정에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약속했다. 조선업 전용 1500억달러를 제외한 2000억달러는 양국 경제와 국가안보 이익을 증진하는 분야에 투입하기로 했다. 에너지·반도체·의약품·핵심광물·AI 등이 후보 영역으로 열려 있다.

앞서 박정성 산업부 통상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실무 협상단은 최근 미국을 방문해 상무부 관계자들과 대미 투자 후보 사업과 추진 절차를 협의하는 등 협상 속도를 높여왔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협상 불확실성도 더 커졌다.

관건은 첫 번째 프로젝트의 성격이다. ‘한국 1호’ 투자 사업이 향후 협상 구조와 산업 협력 방향을 규정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거론되는 카드로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터빈, 송배전망 구축 등 전력 인프라 사업이 우선 꼽힌다.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발전 설계·조달·시공(EPC) 역량과 전력 기자재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소형모듈원전(SMR)과 원전 기자재 공급 역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대응과 연결되는 중장기 대안으로 거론된다.

핵심광물 정제·가공 투자도 유력 후보다. 미국이 중국 중심 공급망 탈피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소재 가공 능력 확보는 전략적 의미가 크다.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공장과 배터리 생산기지와 연계한 투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기차 생산 확대 역시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 확보와 직결되는 만큼 에너지 투자와 산업 공급망을 결합하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 이후 협상의 성격이 ‘관세 협상’에서 ‘산업 동맹 설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 첫 투자 사례가 이후 2·3호 프로젝트 구조와 협상 프레임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이제 관세보다 자국 산업 전략에 직접 기여하는 투자 여부를 더 중시하는 흐름”이라며 “한국이 어떤 분야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협상 주도권과 산업 기회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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