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영화 '소주전쟁' 크레딧에 감독 이름 뺀 건 정당"

입력 2026-02-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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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최 씨, 후반작업 참여 안해...제작사, '감독' 명기 의무없어"
"'현장연출' 한정한 것은 성명표시권 침해...800만원 지급해야"

▲2025년 5월 개봉한 '소주전쟁' 포스터. 당초 제목은 '모럴해저드'였다. (쇼박스)
▲2025년 5월 개봉한 '소주전쟁' 포스터. 당초 제목은 '모럴해저드'였다. (쇼박스)
시나리오 원조성을 두고 잡음이 일었던 상업영화 ‘소주전쟁’ 크레딧에서 제작사가 당초 감독이었던 최 모 씨의 이름을 뺀 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법원은 최 씨를 '현장연출'에 한정한 것은 성명표시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제작사로 하여금 8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이현석 판사)는 최근 영화제작사 더램프가 감독 최 씨를 상대로 제기한 계약해지확인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 씨를 ‘소주전쟁’의 감독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더램프가 ‘소주전쟁’ 크레딧에 ‘감독 최 씨’를 명기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더램프와 감독 최 씨가 작성한 계약서에는 ‘감독은 자신이 제공하는 용역이 타인의 저작권, 기타 지적재산권, 명예,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것을 보증한다’는 조항이 있다”면서 “최 씨가 이 보증 조항을 위반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소주전쟁’ 크레딧 분쟁의 시작은 수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9월 최 씨는 더램프에 ‘모럴해저드’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를 보냈고, 양 측은 다음 달인 10월 해당 시나리오를 토대로 영화 제작 계약을 맺었다.

영화배우 유해진, 이제훈을 캐스팅한 뒤 2023년 4월부터 7월까지 실제 촬영도 마쳤다.

문제는 ‘모럴해저드’의 시나리오가 최 씨가 아닌 다른 작가 박 모 씨에 의해 작성된 내용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사실 확인에 나선 더램프는 박 씨로부터 “2018년경 내가 최 씨 회사와 작가 용역 계약을 맺고 썼던 작품의 시나리오가 적극 활용됐다고 느낀다”, “최 씨가 ‘소주전쟁’이 완전히 다른 창작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메일 답변을 받았다.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역시 ‘모럴해저드’ 시나리오를 감정한 뒤 ‘원안’ 크레딧에 박 씨를 명기하고, ‘각본’ 크레딧에는 박 씨와 최 씨 순서로 병기할 것을 권고했다.

더램프는 그러나 최 씨에게 감독계약 해지를 서면 통보하는 강수를 뒀고, 추가 비용을 들여 영화 일부 장면을 재촬영한 뒤 제목을 ‘소주전쟁’으로 완전히 바꿔 지난해 5월 개봉했다.

최 씨에게는 감독 대신 ‘현장연출’이라는 제한된 크레딧만 부여했다.

최 씨는 억울하다며 더램프 측을 맞고소했지만, 재판부는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약서에 따르면 ‘감독’ 크레딧은 최 씨가 감독으로서 영화 제작을 완료해야만 부여되는데, 최 씨는 촬영 및 1차 편집본 제작까지만 참여하고 사실상 해고돼 이후의 후반작업과 개봉 마케팅 등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더램프가 최 씨 크레딧을 ‘현장연출’로 한정한 것은 정확한 분류는 아니라고 봤다. 촬영 종료 후 1차 편집본을 만든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더램프가 최 씨를 감독 크레딧에서 삭제한 것이 전반적으로 타당하다고 보면서도 ‘현장연출’로 한정한 것이 최 씨의 성명표시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더램프가 최 씨에게 정신적 손해배상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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