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그룹을 필두로 한 재계가 향후 5년간 지방 투자에만 총 300조원에 달하는 거대 자본을 투입하며 ‘지방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이는 지난해 이미 발표된 지방 투자 계획에 올해 새로 보강된 투자안을 합산한 수치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설비 확충을 넘어 고사 위기에 처한 지역 경제에 일자리라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실물 경제의 기초 체력을 근본적으로 재건하겠다는 재계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재계는 대규모 투자와 고용 계획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국내에 450조원을 투자하고 반도체·미래 모빌리티·바이오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6만 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연구개발(R&D)과 첨단 제조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병행해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SK그룹도 반도체·에너지·바이오를 축으로 2028년까지 국내에 128조원을 투자하고 연간 8000명 이상의 채용을 지속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굳히기 위해 충북 청주에 19조원을 투입해 첨단 패키징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차세대 메모리 생산과 패키징 역량을 국내에 집중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동화 전환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2030년까지 국내에 약 125조원을 투자한다.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전동화 부품 생산라인을 확충하고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분야 연구 인력을 대폭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LG그룹 역시 배터리·인공지능(AI)·바이오 등 미래 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국내에 10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배터리 소재·셀·팩 전반과 AI 연구개발 거점을 국내에 두고 연구·생산 현장을 중심으로 수만 명 규모의 청년 인재 채용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주요 기업들의 지방 투자와 고용 확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를 양대 축으로 삼아 광양·포항을 중심으로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과 LG에너지솔루션 등 이차전지 기업들도 충청·전라권에 대규모 생산 거점을 구축하며 지역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조선업계 역시 지방 투자 확대의 한 축을 맡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친환경·고부가 선박 수요 확대에 대응해 울산과 거제 조선소의 설비 고도화와 기술 인력 확충에 투자하고 있다. 수주 회복 국면에서 숙련 인력 확보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투자와 고용 확대가 단기 경기 부양을 넘어 산업 구조 전환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청년 일자리를 통해 내수 기반을 보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