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차기 수장에 다마로 낙점…리스크 산적에 무거운 어깨

입력 2026-02-0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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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스트리밍 격랑 속 시험대
노사갈등·정치 리스크도 대응도 과제
할리우드 경험 부족은 약점
3월 18일 취임 예정

▲조시 다마로 디즈니 차기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조시 다마로 디즈니 차기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미디어·콘텐츠 업계의 ‘공룡’ 월트디즈니컴퍼니가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의 뒤를 이을 신임 수장으로 조시 다마로 테마파크 부문 책임자를 지명했다. 수년간 이어져 온 후계 구도 불확실성을 마무리 짓는 결정으로 결국 내부 인사를 낙점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디즈니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다마로를 차기 CEO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다마로는 연례 주주총회가 열리는 3월 18일 CEO로 취임할 예정이다. 아이거 현 CEO는 연말 은퇴 전까지 수석 고문이자 이사직을 유지한다.

디즈니는 또 다마로와 차기 CEO 자리를 두고 경합했던 데이나 월든 엔터테인먼트 부문 공동회장을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 겸 사장으로 임명했다. 스트리밍 등 콘텐츠 사업을 총괄해왔던 월든은 아이거 스타일의 창의적인 경영자로 여겨지며 다수의 상업적·비평적 흥행작을 배출하고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디즈니 CEO 선임위원회는 회사에 대한 비전, 브랜드에 대한 이해, 창의적 역량, 특히 인공지능(AI)을 포함한 기술 혁신에 대한 수용성을 중심으로 다마로를 포함한 4명의 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 100여명을 평가했다.

선임위를 이끈 제임스 고먼 전 모건스탠리 CEO는 “다마로가 창의성과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매우 많은 성과를 보여왔고 브랜드와 산업의 향방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다”며 “정말 훌륭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테마파크로 성공 신화 써

다마로는 1998년 디즈니에 합류했으며 2020년부터 ‘익스피리언스(경험)’ 부문을 이끌어 왔다. 테마파크ㆍ리조트ㆍ크루즈ㆍ상품판매를 포함하는 이 부문은 디즈니 전체에서 가장 큰 수익원으로 지난 회계연도에 기록적인 100억달러(약 14조5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디즈니 전체 이익의 약 60%를 차지했다.

다마로는 또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등 중동 진출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디즈니의 약 10년 만의 첫 대형 신규 테마파크가 될 전망이다.

그는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인 에픽게임즈 지분 15억달러어치를 인수하는 데에도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클 아이스너 디즈니 전 CEO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다마로를 아이거의 후계자로 선택하면서도 월든을 승진시킨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마로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창의성이 결국 수익을 만든다는 아이거의 전략을 이어가고 항상 브랜드를 보호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의 메뉴 일부. (AP연합뉴스 )
▲영화·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의 메뉴 일부. (AP연합뉴스 )

복합 위기 대응 시험대

AI의 등장으로 미디어 산업의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노사갈등, 정치 리스크 등 디즈니가 직면한 어려움이 많아 다마로의 어깨가 무겁다.

애널리스트들은 다마로가 플로리다 월트디즈니월드 방문객들에게는 익숙한 얼굴이지만, 할리우드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는 생성형 AI가 각본ㆍ편집ㆍ시각효과 등을 자동화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재편하는 상황에서 약점이 될 수 있다.

생성형 AI를 통해 캐릭터를 쉽게 모방한 콘텐츠가 대량 생산됨에 따라 디즈니는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디즈니가 작년 12월 오픈AI의 동영상 생성기 ‘소라’에 스타워즈ㆍ픽사ㆍ마블 캐릭터 사용을 허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AI 활용을 통제하기 위해 일부러 손을 잡은 것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AI 영상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싸워나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짚었다.

미디어업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동영상 스트리밍 대기업 넷플릭스는 미국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의 일부 사업 인수에 최근 합의했다. 성사될 경우 ‘해리 포터’ 등 디즈니에 필적하는 유명 작품들이 넷플릭스 진영에 대거 편입된다. 스트리밍 기업이 할리우드 전통 스튜디오를 인수하는 흐름은 산업 구조 자체가 크게 바뀌고 있음을 상징한다. 디즈니는 영화 제작ㆍ디지털 배급ㆍ오프라인 체험을 삼위일체로 엮는 지식재산(IP) 전략을 통해 할리우드 진출을 가속하는 넷플릭스에 맞서겠다는 구상이다.

5~6월에는 작가·배우 노조 계약이 만료된다. 이에 AI 사용 문제 등을 둘러싼 제2의 할리우드 대규모 파업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닛케이는 “앞으로는 스튜디오 간 연대를 통해 AI 기업과 대응하고, 미 의회를 상대로 한 로비 활동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마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의 정치적 압박도 관리해야 한다. 지난해 9월 디즈니는 진행자 지미 키멜의 발언 이후 규제 당국의 압박이 거론되자 ‘지미 키멜 라이브’를 일시 중단했다가 여론 반발로 곧 복귀시켰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ABC 기자가 제프리 엡스타인 스캔들에 대해 질문하자 “디즈니 소유 ABC 계열 방송사의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강경 정책 등으로 미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는 것은 테마파크 사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밥 아이거 현 디즈니 CEO. (AP연합뉴스)
▲밥 아이거 현 디즈니 CEO. (AP연합뉴스)

‘디즈니 황금기’ 이끈 아이거는 연말 은퇴

20년 가까이 디즈니 제국을 설계한 아이거 현 CEO는 연말 임기 종료 전에 은퇴할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거 CEO는 2005년부터 15년간 디즈니를 이끌다가 2020년 은퇴했으나, 후임인 밥 체이펙이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실적 부진으로 경질되자 2022년 11월 구원투수로 복귀했다.

아이거는 2005~2020년 픽사·마블, SF 영화 ‘스타워즈’를 인수하며 디즈니의 시가총액을 약 5배로 키웠다. 디즈니를 단순한 전통 콘텐츠 기업에서 21세기형 글로벌 미디어·IP 제국으로 등극시켰다는 평가다. 반면 온라인 스트리밍으로의 전환을 놓치면서 2018년에는 시총에서 넷플릭스에 역전당했다.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는 여전히 가입자 수와 수익성 모두 넷플릭스에 뒤처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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