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용 범위 넓어질수록 리스크 관리·검증 체계 쟁점
“기술 경쟁보다 신뢰 설계가 우선⋯난관 고려해야”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DX)이 단순히 기능을 나열하던 단계를 넘어 개인화된 ‘지능형 비서’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은행권 전반에서 대화형 AI 고도화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성패는 결국 금융의 본질인 ‘신뢰 설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AI를 내부 업무 효율화와 대고객 서비스 고도화에 동시에 적용하며 디지털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내에서는 문서·심사·상담 지원 등 업무를 자동화하고, 대고객 영역에서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우선 KB국민은행은 에이전틱 AI 기반의 ‘KB GenAI 포털’을 구축해 업무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고 있다. 자산관리(PB)와 기업금융(RM) 업무를 지원하는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상담 자료 작성과 포트폴리오 제안 등 반복 업무를 자동화했다. 내부 검증을 거친 기능은 향후 대고객 서비스로 확장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내부적으로 문서 인식·분류 시스템 ‘리딧(READIT)’을 통해 행정·심사 업무 효율을 높였고, AI 신용평가 모형을 적용해 리스크 관리의 정교함을 강화했다. 대고객 서비스에서는 자산관리(AI Wealth)와 연금, 해외송금 예측 서비스 등 정보 제공 성격이 강한 영역에 AI를 접목했다.
우리은행은 AI를 전사적 AX(인공지능 전환) 관점에서 추진하고 있다. △기업여신·RM 영업지원 △WM 영업지원 △고객상담 혁신 △내부통제 △업무자동화 △IT 개발지원 등 6대 핵심 업무 영역을 중심으로 AI 기반 업무 지능화를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은 AI 전략을 고객 채널, 영업 지원, 업무 지원 세 축으로 추진 중이다. AI 창구와 콜센터 상담사(AICC)를 통해 고객 편의를 높이는 한편, 자산관리 에이전트와 고객관리(CRM) 에이전트 등으로 이상 징후를 실시간 탐지한다. 영업 현장에는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는 ‘AI STUDIO’를 운영 중이다.
NH농협은행은 얼굴 인식과 음성 대화를 통해 금융 거래를 처리하는 ‘NH AI STM’을 일부 영업점에 도입했다. 또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AI 플랫폼을 통해 금융사고를 실시간 차단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처럼 AI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리스크 관리와 검증 체계 역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 데이터는 민감 정보인 만큼, AI가 내놓는 결과의 정확성 등을 담보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 분야에서 AI 고도화의 핵심은 기술 경쟁보다도 정확성·책임성·설명 가능성을 전제로 한 신뢰 설계에 있다”며 “거버넌스를 지키면서 실제 영업과 고객 접점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개발 비용뿐 아니라 법·제도 준수, 내부 통제, 사회적 수용성 등 여러 난관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AI 기술 도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AI를 통해 은행 본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향후 AX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