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마지막 특수’ 아닌 ‘조용한 퇴장’…개고기 시장의 ‘굿 굿바이’

입력 2026-0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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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정치경제부 기자
▲노승길 정치경제부 기자
‘마지막’이라는 말은 늘 사람을 들뜨게 한다. 내년 2월 종식이 예고된 개고기 시장에도 ‘올해가 마지막이니 더 팔릴 것’이라는 예측이 붙는다. 그런데 시장은 감정만으로 커지지 않는다. 특수는 손님이 아니라 물건이 만든다. 물건이 끊기면, 사람이 몰려도 장사는 끝난다. 종료 시점 확정과 전·폐업 지원 누적은 이 시장을 ‘마지막 특수’가 아닌 ‘조용한 퇴장’으로 이끌고 있다.

문제는 ‘마지막’이란 말이 시장을 흥행의 언어로 오해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막차를 기다리면 뭔가 더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특수가 되려면 물건이 꾸준히 들어오고 거래가 안정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 커지는 건 수요의 폭발이 아니라 공급과 거래의 조심스러움이다.

이 조심스러움이 ‘조용한 퇴장’을 만든다. 공급이 먼저 얇아지면 유통은 더 보수적으로 변하고, 식당은 ‘항상’이 아니라 ‘간헐’로 버틴다. 간헐이 반복되면 메뉴가 줄고, 메뉴가 줄면 단골도 줄며, 단골이 줄면 거래는 더 얇아진다.

숫자가 그 흐름을 확인해준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지난해 말 기준 집계를 보면 전체 개 사육 농장 1537호 가운데 1204호가 폐업해 폐업률이 78%에 달했다. 사육두수도 약 46만8000마리에서 약 7만7544마리로 84% 감소했다.

기반 체력이 이 정도로 빠져나간 시장에서 ‘마지막이라 더 팔릴 것’이라는 기대는 쉽게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급 기반이 얇아질수록 영업은 자동으로 줄고, 영업이 줄면 거래망은 더 끊기며, 끊긴 거래망은 다시 공급을 더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시장의 끝이 ‘수요의 폭발’로 오기보다 ‘공급의 수축’으로 가까워진다.

그래서 ‘마지막 특수’ 담론은 요란할수록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남아 있는 거래에 불필요한 주목이 몰리면 부담이 커진다. 종식이 예정된 시장에서 남은 공급선과 업소는 작은 신호에도 민감하다. ‘마지막’이란 말이 커질수록 거래는 더 숨고 조심스러워진다. 그 조심스러움은 정리 과정에 필요한 소통과 점검을 어렵게 만든다. 여기에 '어차피 막차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정리해야 할 결정을 늦추고, '어차피 음성화가 늘 것'이라는 체념은 우회 유인을 키운다. 마지막 구간에서 시장을 흔드는 것은 수요 자체보다 수요를 둘러싼 소문과 신호다.

불법 유통이나 원산지 둔갑 우려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불법으로 시장을 ‘확장’하려면 누군가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공급선을 깔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 위험 대비 실익이 크지 않다는 현장 판단이 강하게 작동한다. 물론 마지막 구간에 비정상적 거래가 붙을 수 있다. 다만 그 가능성을 과장해 떠들수록, 오히려 업소를 자극해 ‘막차 심리’를 키울 여지도 생긴다. 종식의 연착륙은 단속의 볼륨이 아니라 메시지의 정밀함에서 갈린다.

결국 남는 과제는 ‘특수’가 아니라 ‘정리’다. 정책이 출구를 설계했다면, 그 출구가 끝까지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전·폐업 지원이 실제 선택으로 이어지게 병목을 줄이고, 남아 있는 사육 개체의 보호·관리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지자체와 현장 단체의 연결을 촘촘히 해야 한다. 관계기관 협업이 필요하다면, 그 방향도 ‘소란’이 아니라 ‘불필요한 우회 유인을 만들지 않는 수준의 점검’이어야 한다.

‘굿 굿바이’는 박수 속의 퇴장이 아니다. 끝이 정해진 시장은 대개 소리 없이 작아진다. 막차 특수는 요란한 이야기지만, 조용한 퇴장은 더 현실적인 이야기다. 지금 개고기 시장에서 중요한 질문은 ‘마지막에 얼마나 팔릴까’가 아니라 ‘마지막에 무엇이 남을까’다. 남는 것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행정의 능력, 그게 종식을 논쟁이 아니라 변화로 기록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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