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소외 우려 증폭…엇갈린 지역별 셈법에 ‘시끌’ [5극3특, 지도가 바뀐다④]

입력 2026-0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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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극 ‘주청사 위치 선거후 결정’ 눈치전
통합 시 인센티브에 3특 ‘역차별’ 발칵
농촌, 여야 불문 반발⋯“제로섬 안돼”

(그래픽=김소영 sue@)
(그래픽=김소영 sue@)

국가적 과제인 행정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지역에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으로 묶인 ‘5극’은 지역 간 비대칭적 흡수 통합을 경계하고, 강원·전북·제주 등 ‘3특’은 통합 구도에서의 역차별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행정 효율성’ 명분이 또 다른 지역 불균형을 만들지 않기 위해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파격 인센티브'에도 5극 내 불균형 공포 확산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충남대전통합특별법안’과 ‘전남광주통합특별법안’을 당론 발의했다. 여당은 야당과의 협의를 거쳐 설 전까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이달 말 본회의에서 가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3월부터 ‘6·3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통합 지자체장 후보 공천 등 선거 준비에 돌입한다는 구상이다.

같은 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대구·경북 행정통합 내용을 담은 ‘대구경북특별시 설치 및 한반도 신경제 중심축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말 민주당보다 앞서 대전·충남 통합 특별법을 발의한 바 있다. 행정통합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셈이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통합이 동등한 위치에서 이뤄지지 않고 권한과 재정, 정책이 특정 지역에 집중될 수 있다는 의구심이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19∼21일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행정통합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은 53%로 ‘부정적으로 본다’는 응답(30%)에 비해 높았다.

다만 지역별로 행정통합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렸다. 대전·세종·충청은 행정통합 긍정 인식(44%)과 부정 인식(43%)이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응답자들은 행정통합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에 대해 ‘지역 경쟁력과 행정 효율성 향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배경으로 ‘통합 지역 내 불균형과 정체성 상실’을 각각 꼽았다.

당정이 일부 5극 지역명을 짓는 작업을 일단락했지만 청사 소재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지역 민심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대전·충남과 광주·전남 청사를 지방선거 전까지는 통합 이전처럼 분리해 사용하되 통합시장을 선출한 뒤 주청사 위치를 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삐걱이는 3특…특자도·농촌 ‘뒷전’ 위기감 증폭

3특 지역도 소외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 법안심사1소위에 올라온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및 미래산업글로벌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해 11월 이후 심사가 중단됐다.

2024년 중순부터 발의된 해당 법안들은 충남·대전, 광주·전남 특별법보다 국회에 계류된 기간이 더 길다. 이에 3특 특별법 처리가 5극 특별법보다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3특 지역이 특별자치도 지위 획득을 숙원으로 삼아왔던 만큼 여야 이견이 나타나고 있는 5극 지역에 비해 정부와 국회의 관심과 혜택이 적다는 취지다.

이런 불만은 정부의 5개 초광역권 재정 지원 방침이 나온 시점부터 급격히 확산했다. 정부는 통합특별시에 각각 매년 5조 원씩, 4년간 최대 20조 원 규모 재정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3특 지역을 비롯해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한 세종은 불이익 문제를 거론했다. 대한민국 특별자치시·도는 지난달 21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3특과 행정수도 특별법은 광역 행정통합 특별법보다 먼저 발의된 만큼 뒷순위로 밀려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3특 중에서도 농촌 지역 경계심은 여야를 불문하고 높은 상황이다. 전북 완주군진안군무주군이 지역구인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한정된 균형발전 재원 안에서 통합 지역에 예산을 우선 배분하는 구조는 비통합 지역 몫을 줄이는 제로섬 방식”이라며 “균형발전을 하겠다면서 새로운 지역 간 격차를 만드는 것은 정책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특별자치도와 농촌 지역을 배려 대상이 아닌 자력 생존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성원 강릉원주대 도시계획·부동산학 교수는 “지역 스스로 산업 생태계를 기획하는 ‘로컬 거버넌스’로의 진화가 필요하다”며 “지방이 값싼 노동력이나 부지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가치사슬을 직접 구상하고 실행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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