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 불임 환자가 늘어나면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정계정맥류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정계정맥류는 남성 불임 환자 상당수에서 발견되는 질환이지만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3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남성 불임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22년 기준 8만5516명으로 집계됐다. 남성 불임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30대 환자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는 전체 불임의 약 30~50%가 남성 요인과 관련된 것으로 본다.
정계정맥류는 남성 불임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질환으로 꼽힌다. 국제 연구에 따르면 정계정맥류는 일반 남성 인구의 약 10~20%에서 발견되며 남성 불임 환자에서는 약 35~40%, 일부 연구에서는 최대 절반 수준까지 동반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정계정맥류는 혈관 내 판막 기능 이상으로 혈액이 역류하면서 고환 주변 정맥이 확장되는 질환이다. 해부학적 구조로 인해 좌측 고환에서 더 흔하게 발생한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거나 음낭의 가벼운 불편감 정도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질환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장시간 서 있거나 운동 후 음낭의 묵직한 느낌, 둔한 통증, 열감 등이 점차 뚜렷해질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피로나 일시적 증상으로 넘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오랫동안 방치하면 고환 위축이 발생할 수 있고 정자의 운동성 저하와 형태 이상, DNA 손상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자연임신 가능성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보조생식술의 성공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계정맥류로 고환 기능이 저하되면 남성호르몬 감소로 이어져 전신 건강과 삶의 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청소년기에 정계정맥류가 발생할 경우 고환 성장과 향후 생식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진단은 신체검사와 음낭 도플러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혈류 역류 여부와 정맥 확장 정도, 고환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치료법으로는 미세현미경 정계정맥류 절제술이 재발률과 합병증 위험이 낮은 표준 치료로 알려져 있다. 확장된 정맥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혈류 역류를 막고 고환 주변 환경을 정상화하는 방식이다. 치료 후에는 정자 질 개선과 남성호르몬 수치 회복, 불임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김동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정계정맥류는 증상이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생식 기능 보존과 회복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음낭의 불편감이나 묵직한 느낌이 반복된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