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태릉CC는 지자체·주민 반발
6만 가구 중 순증은 5만 가구 불과

정부가 서울·경기 알짜 부지를 활용해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시장의 시선은 차갑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 가장 많은 물량이 배정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공급 규모를 두고 서울시와 마찰이 예상되면서 적기 공급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대규모 공급 후보지인 과천 경마장은 과천시가 추가 공급에 반대하고 있고, 태릉CC 역시 문재인 정부 시절 주택 공급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전례가 있어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는 평가다.
29일 정부는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통해 용산국제업무지구에 1만 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승인권자인 서울시가 기존 6000가구에서 8000가구로 확대하는 데까지는 양보했지만 정부는 이보다 2000가구 많은 1만 가구 공급을 제시한 것이다.
아직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 물량부터 제시되면서 업계에서는 향후 사업 추진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늘어난 가구 수에 맞춰 도로 확충이나 공원 조성 등 기반시설 대책도 필요하지만 관련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와 비교해도 1만 가구 공급은 초과 밀집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면적은 46만2000㎡(약 14만 평)로, ‘닭장 아파트’ 논란이 있었던 송파구 헬리오시티(41만㎡·약 12만4000평, 9510가구)와 비슷한 규모다. 인근에 한남뉴타운 등 대규모 재개발 지역이 위치한 만큼 향후 교통 혼잡과 주거 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함께 대규모 공급이 예고된 과천 경마장 부지 역시 원활한 사업 추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과천시는 최근 주택공급 후보지 지정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이미 도시 규모가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추가 공급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공급 후보지로 검토됐다가 주민 반대로 무산된 군 골프장 태릉CC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시 1만 가구에서 현 정부가 6800가구로 공급 규모를 줄였지만 세계문화유산인 태릉·강릉 인접 지역에 위치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여전히 걸림돌로 꼽힌다.
태릉CC가 위치한 노원구도 이날 6800가구 공급 계획이 발표되자 “고품격·저밀도 단지로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대주택 비율은 법정 최소 수준인 35%로 제한하고, 신혼부부와 청년에게 우선 공급해야 하며 분양 물량 일부는 노원구민에게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착공 시점이 대부분 2028년 이후로 예정돼 있어 현 정부 임기 내 체감할 수 있는 공급 효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6만 가구 도심 공급을 발표했지만 용산국제업무지구 기존 물량 6000가구와 캠프킴 1400가구 등을 제외하면 순증 물량은 약 5만 가구에 그친다는 점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시와 이견이 있는 부분도 있지만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과천 경마장은 마사회 소유인 만큼 이전 문제를 포함해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으로, 마사회 노동조합과도 충분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태릉CC의 경우 국토부가 준비를 철저히 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가능한 한 빨리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평 국토부 주택공급추진본부 주택공급정책관도 “앞으로 협의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며 “계획 조정 과정과 지구 지정 절차 전반에서 지자체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