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임대료만 받으면 그만?" 공공 인프라 관리 실종된 용호만 유람터미널

입력 2026-01-2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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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입찰 내지 않을수도 있어"… 부산시·관광공사 관리 책임 도마에

▲용호동 W에서 바라본 용호만유람선 터미널 전경 (서영인 기자 hihiro@)
▲용호동 W에서 바라본 용호만유람선 터미널 전경 (서영인 기자 hihiro@)

부산시가 해양관광 인프라 확충을 목표로 조성한 용호만 유람선 터미널이 본래 기능을 상실한 채 사실상 특정 민간업체에 의해 전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공개입찰을 하지 않는 방안까지 포함, 터미널의 운영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채숙 부산시의원(국민의힘·비례)은 지난 26일 시의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용호만 유람선 터미널은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해양관광 시설임에도, 현재는 개인 전시장인지 상업시설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부산시의 관리·감독 부실을 강하게 질타했다.

현재 터미널 1층 여객대합실과 편의시설은 사실상 미술품 전시장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행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3평 남짓한 공간을 매표소로 남겨두었지만, 유람선 운영사인 ㈜삼주 측은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상태다. 유람선 터미널의 핵심 기능인 여객 대합 공간이 사실상 '해성아트홀' 전시 공간으로 전용된 셈이다.

2층은 카페와 미술관, 3층은 식당으로 각각 임대돼 있으나, 3층 역시 별도 공간에 미술품이 보관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터미널 전 층이 해양관광 시설이라기보다 전시·영업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건물은 부산시 건설본부가 5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공공시설이다. 그럼에도 현재 운영 실태를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공공 인프라가 사실상 통째로 민간에 넘어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관광공사에 따르면 해당 터미널은 코로나19 여파로 약 10개월간 공실 상태였고, 세 차례 공개입찰이 유찰된 뒤 2020년 6월 시 승인을 받아 용도를 업무시설에서 문화·집회시설로 변경했다. 이후 최고가 응찰 방식의 입찰을 통해 2021년 3월 홍익갤러리가 낙찰받았다.

문제는 이후 운영 양태다. 지역미술계와 현장 주변에서는 위작·모작 전시 의혹과 함께 미술품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미술품 경매와 관련한 제보를 확인 중이며,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며 "갤러리 측에 경매 중지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관광공사는 또 “부산시와 함께 운영상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2월 초까지 터미널 운영 방안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찬경 부산미래도시생명포럼 부대표는 "부산시가 건설한 공공건물에 이른바 사이비 아트갤러리가 입주하면서 권위를 대변해주는 구조가 됐다"며 "위작·모작 여부는 미술계 차원의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쿠사마 야요이 작품이나 피카소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에는 실소가 나올 정도다. 갤러리의 주장대로라면 부산시가 퐁피듀 미술관을 유치할 필요가 없을 만큼의 수준급 작품을 소장 전시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한다.

부산시 관광과는 계약 만료 이후 원상복구 가능성과 관련해 "관광공사와 업체 간 계약에 따라 원상복구는 가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계약 종료 이후 활용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며, 반드시 현재의 공개입찰 방식으로 갈 것인가의 원론적인 차원에서 종합적인 방안을 검토 중 "이라고 밝혔다.

관광공사의 관리 책임을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10개월간 임대료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공개입찰이 유찰되자, 홍익갤러리에 건물을 통째로 낙찰한 뒤 사실상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임대료 수입 확보에만 초점이 맞춰진 채, 공공시설의 운영 목적과 활용 실태 점검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이다.

이 과정에서 국·시비가 투입된 공공 건물이 개인 사업자에 의해 광범위하게 전용되고 있음에도 이를 제어하지 못한 배경을 두고, "부산시가 인증한 갤러리처럼 보이게 만드는 '권위 효과'가 작동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공공시설 입주 자체가 일종의 공신력으로 작용하면서, 전시 내용과 운영 방식에 대한 검증 없이 사실상의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계약 만료 이후 재입찰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기자가 "계약 종료 후 재입찰이 진행될 경우, 현 운영자가 그간 누린 기회비용을 고려해 최고가를 써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묻자, 부산시 관광과 관계자는 "그러한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반드시 재입찰을 진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공공 인프라를 둘러싼 임대 논리와 공공성 회복 사이에서,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의 선택이 시험대에 올랐다. 단순한 계약 문제를 넘어, 부산 해양관광 정책 전반의 신뢰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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