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쇄빙선박 비용 부담ㆍ불안정한 항행 여건⋯보조 항로에 그칠 우려

입력 2026-0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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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화 문턱서 멈춘 해운물류…제도·선박·정보 인프라가 관건
정기 노선 구축까지 갈 길 멀어⋯범부처 컨트롤타워·북극해운정보 고도화 필요

▲북동항로 물동량 예측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북동항로 물동량 예측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북극항로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전략적 대안 항로로 주목받고 있지만, 상업적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운물류 분야의 구조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극항로는 항로 단축에 따른 운송 시간 절감이라는 잠재력이 있지만, 현재는 제한적인 운항과 높은 리스크로 인해 보조적 항로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최근 발간한 '2026 해양수산 전략리포트'에 따르면 북동항로를 포함한 북극항로의 연간 통항 선박 수는 여전히 100척 미만에 그치고 있으며 주된 이용 목적도 에너지와 자원 수송 중심의 프로젝트성 운항에 집중돼 있다. 해빙 감소로 항행 가능 기간은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기상과 빙상 변동성이 크고 항만 인프라와 쇄빙 지원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상업 운항 확대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북극항로 운항을 위해서는 Arc7급 이상의 쇄빙 성능을 갖춘 선박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선박 건조비와 운항비 부담이 크다는 점이 해운사의 진입 장벽으로 꼽힌다. 현재 4400TEU급 Arc7 쇄빙 컨테이너선의 설계와 건조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본격적인 정기 노선 구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서항로 역시 해빙 감소로 통항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나 항행 기간이 짧고 병목 구간이 많아 간헐적 운항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제도적 기반 미비도 핵심 과제로 지적됐다. 현재 북극항로 관련 정책은 해양수산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으로 분산돼 있어 정책 일관성과 실행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범부처 차원의 북극항로위원회 신설과 함께 북극항로 구축 지원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최근 국회에서 다수의 북극항로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향후 통합 조정과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관건으로 꼽힌다.

정보 인프라 측면에서도 개선 과제가 적지 않다. 북극 해빙과 기상 항만 운항 정보는 고위험 고비용 영역으로 민간이 단독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정부는 북극해운정보센터를 통해 항로 정보와 선박 데이터 항해 동향을 제공하고 있지만, 현재는 수동 갱신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실시간성 부족과 자동화 미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기상 빙상 선박 위치 정보를 연계한 고도화된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리포트는 북극항로 활성화를 위해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에너지와 자원 수송 중심의 프로젝트성 운항을 안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쇄빙 선박과 디지털 항해 지원 체계를 기반으로 한 정기 컨테이너 운송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국제 규범 변화 특히 블랙카본 배출 규제와 극지 연료 기준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술 역량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북극항로가 단기간에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를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전략적 보완 항로로서의 가치는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해운물류 분야의 제도 인프라 선박 기술 정보 체계가 유기적으로 뒷받침될 경우 북극항로는 한국 해운과 물류 산업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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