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소통하는 ‘아기상어’⋯경험형 K콘텐츠 만들 것” [이슈앤인물]

입력 2026-02-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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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민 더핑크퐁컴퍼니 CBO “아기상어 넘어 ‘100년 브랜드’ 만들 것”
단순 애니메이션 제작 넘어 AI기술 접목⋯‘패밀리 엔터테인먼트 테크기업’ 도약 선언
‘파일럿 콘텐츠 제도’ 통해 기획 추진 도와⋯자체기술 ‘원보이스’로 글로벌 공략 속도

▲주혜민 더핑크퐁컴퍼니 사업개발총괄이사(CBO) (사진제공=더핑크퐁컴퍼니)
▲주혜민 더핑크퐁컴퍼니 사업개발총괄이사(CBO) (사진제공=더핑크퐁컴퍼니)

전 세계 아이들이 열광하는 핑크퐁과 아기상어가 이제 화면을 넘어 인공지능(AI)을 통해 아이들에게 직접 말을 건다. 더핑크퐁컴퍼니는 단순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넘어 AI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패밀리 엔터테인먼트 테크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더핑크퐁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주혜민 사업개발총괄이사(CBO)는 2014년 인턴으로 입사해 이사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의 행보는 유튜브 누적 조회수 1위 지식재산권(IP) ‘아기상어’를 자랑하는 더핑크퐁컴퍼니의 성장 궤적과 닮아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냉철하게 의사 결정하되 창의적인 도전에는 무한한 자유를 주는 이 회사의 방식은 AI 시대에 새로운 ‘K-콘텐츠’의 답안지를 써내려가는 모습이다.

“일방적 관람은 끝났다”…AI로 구현하는 ‘개인화된 전시’

올해 더핑크퐁컴퍼니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K-콘텐츠 AI 혁신 선도 프로젝트’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금 70억 원과 자부담금 30억 원, 총 사업비 1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다. 주 이사는 이번 AI 프로젝트가 선정된 비결로 ‘검증된 IP’와 ‘실질적 사업화 역량’을 꼽았다. ‘핑크퐁 아기상어 체조(Baby Shark Dance)’는 2020년 전 세계 유튜브 조회수 1위, 2022년 유튜브 역사상 최초 100억 뷰 돌파 등 기네스 신기록만 4번 연달아 세운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200개 주요 도시에서 공연을 개최하고 국내외 550개사와 라이선스 제품 8000여 개 출시, 앱 누적 다운로드 4억 건을 기록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사업 영역을 고속 확장하고 있다.

주 이사는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대중이 친숙하게 느끼지 못하면 소용없다”며 “전 연령층에 사랑받는 아기상어 IP에 AI를 접목해 관람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살아있는 캐릭터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차별점은 개인화와 양방향 소통이다. 기존 미디어 전시가 화려한 영상을 일방적으로 투사하는 방식이었다면 핑크퐁의 AI 전시는 생성형 AI를 통해 관람객의 발화를 인식하고 그에 맞춘 대화를 나눈다. 주 이사는 “인기 캐릭터인 아기상어와 관람객이 직접 대화하며 감정을 주고받는 실시간 AI 스토리텔링을 기획하고 있다”며 “전시가 끝나면 나만을 위해 생성된 이미지나 대화 기록이 남는다. 다수가 똑같은 설명을 듣는 도슨트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나만의 추억’을 만드는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주 이사는 또 하나의 비결로 컨소시엄 기반의 역할 분담으로 기술 구현과 사업화 완성도를 동시에 확보한 점을 제시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는 더핑크퐁컴퍼니를 중심으로 피플리, 셀렉트스타, 포자랩스, 다베로아트 등 각 분야 전문 기업이 참여하는 AI-콘텐츠 융합 컨소시엄 형태”라며 “기술·예술·산업화가 결합된 차세대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확장이 가능한 경험형 K-콘텐츠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대상 AI 서비스의 최대 난제는 어른보다 부정확한 아이들의 발화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주 이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컨소시엄 파트너사인 셀렉트스타와 협력해 아이들의 발화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아이들이 AI와 노는 법은 어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주 이사는 “예측 불가능한 아이들의 반응을 포착해 자연스러운 대화로 이어가기 위해 기술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인터랙티브 환경을 구축해 딜레이 없는 실시간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6월경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전시를 시작으로 현지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싱가포르와 일본 등에 순차적으로 글로벌 투어형 전시를 추진할 계획이다.

AI로 콘텐츠 제작 혁신⋯가장 중요한 건 ‘창의력’

AI는 전시 현장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 파이프라인 전반을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건 자체 보유 기술인 원보이스(One-Voice)다. 과거에는 전 세계 25개국 이상에 콘텐츠를 배포할 때마다 각국의 언어와 가창력을 모두 갖춘 성우를 찾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다. 그러나 이제는 원보이스를 통해 원하는 보이스 톤을 유지하면서도 고퀄리티 가창을 AI로 입힐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브랜드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현지화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다.

또한 특정 국가의 문화를 반영한 시즈널 이미지를 제작할 때도 생성형 AI를 활용한다. 가령 일본 신년 복장을 입은 베베핀 삼남매의 이미지를 AI로 초안을 잡고 디자이너가 리터칭하는 방식으로, 현지화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주 이사는 AI의 발전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닌 ‘기획력’과 ‘창의력’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AI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툴이 되었지만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지는 결국 사람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철학은 더핑크퐁컴퍼니의 독특한 사내 문화에서 비롯된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AI 툴 사용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업무 협업 툴인 슬랙(Slack)에 챗봇을 연결해 누구나 쉽게 생성형 AI를 테스트해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파일럿 콘텐츠 제도’는 핑크퐁의 성장 비결로 꼽힌다. 예산 규모에 관계없이 직원이 하고 싶은 기획이 있다면 일단 시도해 보게 하고 그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전혀 주지 않는 내부 시스템이다. 주 이사는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들이 모여 성과를 냈기에 직원들의 브랜드 애착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진출 속도…‘100년 헤리티지 브랜드’를 향해

회사는 최근 주 이사의 주도로 일본 법인 설립과 진출을 성공리에 마쳤다. 그는 “일본 키즈카페 ‘리틀 플래닛’에 10번 이상 거절당한 경험에도 굴하지 않고 노크한 덕분에 일본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며 “키즈카페는 전년 대비 132% 증가한 12만8000명 이상의 방문객을 이끌며 높은 인기를 입증했고 일본 지상파 방송사 TBS와 협력으로 신규 IP인 ‘키키팝팝(Kikipuppup)’이 연내 방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목표 국가는 영국과 중동이다. 주 이사는 “중동은 두바이에서 두바이 대표 키즈 페스티벌인 키즈 페스트에 공식 초청돼서 96번이나 핑크퐁 아기상어 쇼 공연이 예정돼 있다”며 “현지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아기상어 IP를 넘는 히트작들로 전 세계 어린아이와 가족까지 아우르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기반을 닦고 있다. 이미 차세대 주자로 떠오른 ‘베베핀’은 아기상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유튜브 구독자를 모으며 넷플릭스 25개국 톱10을 기록하는 등 메가 히트를 이어가고 있다. 주 이사는 “베베핀은 이미 콘텐츠적으로 아기상어를 따라잡거나 일부 지표에서는 뛰어넘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주 이사는 “우리의 목표는 10주년을 맞이한 아기상어를 넘어 100년 동안 사랑받는 헤리티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라며 “국경과 플랫폼의 경계를 넘어온 가족에게 새로운 몰입형 경험을 선사하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진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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